-
-
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내 책장 속 책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책을 읽고는 있었지만 단순히 책을 읽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삶에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작년부터는 책을 읽으며 하나라도 실생활에 적용하고자 하는 적용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아요. 즉, 책을 통한 1독 1행을 실천하고자 했었어요. 책을 자주 접하려는 독서습관을 잡기 위해서는 제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선택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일명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해졌답니다. 매번 같은 종류의 책만 읽다보니 어느 순간 독서를 통해서 얻게 되는 지식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한 틈을 채우기 위해서 평소에는 잘 읽지 않았던 책을 선택하고자 노력했고 <<시의 온도>>는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책이었습니다.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시의 온도>>는 영, 정조 시대에 활약한 조선 최고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였던 이덕무의 시를 풀어 놓은 책이예요. 북학파 실학자였던 그는 가난한 서얼 출신으로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학문을 갈고 닦았다고 합니다. “책만 읽는 바보”로 잘 알려졌지만 그만큼 시에 대한 열정과 문장 실력, 탐구 정신이 뛰어났다고 해요. 그의 시는 기존에 팽배하던 중국의 시를 흉내낸 것이 아닌 독자적인 형식과 참신하고 통찰력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서 1792년 개성적인 문체 유행을 금지하는 문체반정에 휘말렸지만 사후에 정조대왕의 지시로 국가적 차원에서 유고 전집인 <아정유고>가 간행될 만큼 대문장가로 인정 받았다고 해요. 조선이 사랑한 시인이었던 셈이죠.
<<시의 온도>>는 그러한 이덕무의 시를 ‘이덕무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역사평론가이자 고전연구가인 한정주 작가에 의해서 번역되어 출간된 책이예요. 그는 <<시의 온도>>이외에도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와 <<문장의 온도>>를 출간함으로써 이덕무의 개성적인 문장들을 많은 이들이게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시의 온도>>는 이덕무가 쓴 134편의 한시를 번역한 책으로서 각각의 시에 대한 한정주 작가의 해석과 설명이 함께 기록된 책이예요.
[좋았던 점]
비루하구나! 이덕무가 지은 시야말로 옛사람의 시를 배웠건만 그 시와 비슷한 점을 볼 수 없구나. 이미 털끝만치도 비슷하지 않은데, 어찌 그 소리가 비슷하겠는가? 거칠고 서툰 사람의 비루함에 안주하고, 오늘날의 자질구레하고 보잘것없는 풍속과 유행을 즐겨 읊는다. 지금의 시일 뿐 옛 시는 아니다.”
이덕무의 시를 혹평했던 자패라는 사람의 말이라고 해요. 이를 통해서 이덕무의 시는 평범함을 벗어던진 개성적인 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중국의 옛 시를 닮은 시를 좋은 시라고 여겼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덕무의 시는 개성적인 것을 넘어서 참신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존의 체계를 뒤흔든다고 여길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일 수도 있었겠지만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와는 달리 그의 시를 반가워했던 사람들도 많았다고 해요. 특히 박지원은 이덕무의 시를 비판한 자패를 비판하면서, 이덕무의 시가 진실로 볼만한 까닭은 중국의 옛 시와 비슷하거나 닮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답니다. 이덕무의 시가 가짜 시이자 죽은 시가 아닌 이유는 바로 그 차이점 때문이라는 말,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의 온도>>를 통해서 만나본 이덕무의 한시에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의 시에서는 주제와 소재의 선택에 있어서 한계가 없었고, 친구들에 대한 우정의 마음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시의 온도>>가 아니었다면 조선이 사랑한 이덕무의 시를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기에 더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당시 사람들의 감성과 특별함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또한 이덕무의 시와 함께 한정주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들은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 다양하고 자세하게 제시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특히 이덕무의 글쓰기에 대한 비결을 요약해서 정리해 주어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었어요.
<이덕무의 글쓰기 비결>
첫째,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글을 써라.
둘째, 그림을 그리듯 글을 써라.
셋째, 일상 속에서 글을 찾고 일상 속에서 글을 써라.
넷째, 주변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세심하게 보고 적어라.
다섯째, 다른 사람을 흉내 내지 말고 자신만의 색깔로 글을 써라.
여섯째,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진실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라.
일곱째,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말고 자유롭고 활달하게 글을 써라.
여덟째, 온몸으로 글을 써라. 다시 말해 나의 삶과 나 자신을 온전히 글에 담아 써라.
[총평]
솔직히 <<시의 온도>>는 한시를 해석해 놓은 것이라서 처음부터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어요. 한시 자체가 주는 운율과 리듬감이 있을 것이기에 해석해 놓은 글은 원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았답니다. 그럼에도 <<시의 온도>>는 기존에 제가 읽었던 책들과는 차별화된 책들이었기에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또한 지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았던 작가의 생각과 도전 정신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어요. 엄격한 사회적 분위기를 벗어던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이덕무라는 사람을 통해서 새로움을 향해 도전하고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주었던 <<시의 온도>>를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