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첫 성교육 - 당황하지 않고, 겁먹지 않고, 감추지 않는
노하연.신연정.이수지 지음 / 경향BP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성교육이라는 개념을 들은 것이 언제부터인지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중학교 1학년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당시 "성"이라는 것은 어린 나이에 입에 담으면 안되는 은밀한 것이라는 편견이 강했었다. 학교를 제외한 그 어느 곳에서도 성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배울 수도 없었다. 나에게 있어 성에 대한 인식은 중학교 생물 수업과 가정 수업 때 들어 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성교육이라는 것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그것도 수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함)이야기하는 수준에 그치다보니 마음에 와닿지 않고 뜬구름만 잡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그대로 생물학적 영역으로 종의 번식과 유지를 위한 기본적인 설명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정규 수업 과정 속에 편성된 성교육보다는 입담이 좋으신 타교과 선생님들을 통해서 듣게되는 성교육에 더 열광하고 흥미로워했었다.(아마 중학교 사회 과목을 가르치셨던

여자 선생님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요즘 서점을 가보면 성교육에 대한 추세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벌써 몇 해 전의 일로 기억하는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관련 도서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아이들이 보라고 만든거라고?" 표현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표현과 설명이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캐릭터가 귀엽게 그려져 있었지만 그 내용만큼은 전혀 귀엽지가(?) 않았다. 내가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던 정보들이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그림과 설명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정자와 난자만 운운하던 시시콜콜한 내용이 아니라 실제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2차 성징의 발달적인 특징에서부터 기본적인 성에 대한 개념들이 숨김 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책의 내용은 자세했지만 그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내 마음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첫째가 5살이 되면서 자신과는 성별이 다른 남동생과의 차이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남동생의 기저귀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자신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씩 이러한 궁금증을 엄마와 아빠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쯤이야."

첫째에게 성별에 대한 차이점을 설명해 주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통에 어느 순간부터는 설명할 때 머뭇거리는 상황이 자주 생겼다.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아이의 관점에 맞게 바른 설명을 해 줄 수 있는지망설이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부모의 첫 성교육>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책의 앞표지에 적혀있듯이 당황하지 않고 겁먹지 않고 감추지 않는 지금의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부모의 첫 성교육>이라는 책은 이렇게 성교육에 대해서 방황하고 힘들어 하는 부모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차마 말로 끄집어내지 못했던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하나씩 설명해 준다.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자녀에게 건전한 성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안내해 준다. 책의 1부는 성교육을 하기 전에 부모가 알아야 할 성교육 규칙에 대해서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성은 야한 게 아니다."라는 문구가 마음에 와닿는다. 나조차도 성에 대한 올바른 개념을

인식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성교육이 어려웠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성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성을 고정된 하나의 시선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기에 그와 관련되어 포괄적으로 보는 힘이 중요하다. 성을 지나친 신비주의와 숭고한 것으로만 여기기 보다는 몸과 관련된 경험과 연애감정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 주라는 내용이 핵심이지만 아직까지도 나 스스로 그러한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불편하기에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의 적정 수준을 정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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