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적당한 양의 그림과 그에 대한 방대한 내용의 작품 설명과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캥페를레(피니스테르주)의 꽃이 핀 다리'의 그림 엽서는 그 중 제일 처음으로 나오는 그림으로 줄리언 반스가 어렸을 때부터 예술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가정 환경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그리고 그 후로도) 나의 부모님은 문화를 주입하는 일도, 만류하는 일도 없었다. 두 분 다 학교 선생님이었으며 예술은,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예술이라는 관념은 우리 집에서 존중받는 무엇이었다. 책꽂이에는 그와 관련된 적절한 책들이 있었고 거실에는 피아노도 있었다.
​( / 중략 / )
미술품으로는 집에 세 점의 유화가 있었다. 그 가운데 두 점은 프랑스 서부 피니스테르 지역의 전원 풍경화로,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프랑스어 보조 교사가 그린 그림이었다.
7~8쪽

줄리언 반스의 어린 시절과 그의 부모를 통해서 부모가 바라는 가치관이 있다면 아이에게 강요에 의한 교육이 아닌 스며듬의 교육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던 줄리언 반스의 부모의 바람대로 어른이 된 줄리언 반스는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줄리언 반스에 의해서 관심이 생긴 작품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알고 있던 화가들의 다른 이야기들에 당혹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그로 인해서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다면 더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기에 이 책은 다른 이야기들로 더욱 풍성하게 읽을 거리가 많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나의 작품을 전체적인 모습에서 또는 일부를 확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줄리언 반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하나의 작품당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집중해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과 효과 덕분에 줄리언 반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평면적 작품 해설집의 느낌이 아니라 생동감 넘치는 입체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줄리언 반스의 이러한 능력은 책의 앞 표지에도 나와 있습니다.

​“이런 미술 에세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반스뿐이다.
맨부커상 소설가의 지적이고 섬세한 그림 컬렉션”

처음 이 책을 손에 들었을 때에는 흥미진진한 17편의 이야기가 담긴 작은 미술관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책을 받아본다면 저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텐데요, 책의 앞표지에 있는 인물화가 실제로 액자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미술 작품에 관심은 있었지만 따로 챙겨볼 수 있는 기회를 갖지 않았었기에 미술을 포함한 예술 영역은 어렵게만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중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그런 거리감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책일거라는 생각에 반가움이 들었던 책입니다.

가끔씩 대중매체에 소개되었던 몇 편의 명화들로 미술에 대한 문외한은 아니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낯익은 화가들의 낯선 작품들은
저에게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곁들여진 작품과 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존의 작품을 보던 시각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만약 이 책의 읽기 전의 저처럼 책을 통해서 작품에 대한 작가의 가벼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겠거니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집중해서 이 책을 읽어 보실길 추천해 드립니다.

전문적인 깊이감이 느껴지는 해설이 있어서 에세이라기 보다는 비평가가 이야기 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고민과 해석이 곁들여진 작품 이야기와 함께 낭만주의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작품 선택과 전문적인 내용이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게 만드는 힘은 작품 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이야기하면서 글을 이끌어 가는 작가의 능력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작품에 대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우리가 이미 많이 들어보았던 화가들의 그림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 줌과 동시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는 깨달음을 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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