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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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서편식을 줄여보고자 에세이를 챙겨 읽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그 두 번째 에세이가 되었습니다. 첫 번째 에세이와 두 번째 에세이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꼈던 에세이의 매력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일상 생활에서 작가가 갖는 느낌표가 책의 제목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가 무겁지 않으면서도 제목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새롭고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겠구나."라는 것을 작가의 언어로 배울 수가 있었어요.

'이렇게 운동하다가 우람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면 "어떡하긴 어떡해, 튼튼이 되는 거지~!"하고 열심히 허우적대는 식이다.(p.11)

첫 장을 넘긴지 얼마되지 않을 때부터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문장들이 나옵니다. 나도 저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20대 초반에 처음으로 수영을 배웠었는데요, 일주일에 5일 동안 1시간씩 듣는 강습을 들으면서 “수영하다가 어깨가 넓어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괜한 걱정을 했었던 적이 있었어요. 지금이야 생각이 달라졌지만 그당시 제게는 운동의 목적은 다이어트와 그에 따른 예쁜 몸매 갖기였거든요.

수영 강습으로 어깨가 넓어진다는 우려는 말도 안돼는 괜한 걱정이었죠. 어깨가 넓어질 정도로 수영을 하려면
얼마나 열심히 해야 하는지 그때는 몰랐었어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의 이진송 작가처럼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거예요. 그렇게 생각을 바꾼 계기는 출산을 경험하면서였던 것 같아요.

출산 전에는 10달이라는 기간을 늘어나는 체중을 버텨내야 할 체력이 필요했고, 출산 당일에는 12시간이 넘는 진통과 출산의 고통을 버텨야 할 체력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출산 후에는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만큼의 슈퍼 체력이 필요하게 되었지만 예전과는 달라진 체력에 방황하는 중이예요.

생각지도 못한 작가의 표현력에 미소를 지으며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던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하는데>는 처음 가졌던 생각과는 달리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었어요. 운동에 관한 에세이니 만큼 작가의 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벼운 경험담 위주의 글이겠거니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러한 처음의 생각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되실거예요.
무엇보다도 작가의 주관이 세밀하고 적극적으로 표현된 책이면서 지금의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가볍게 읽기 시작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절대로 가볍게 마무리할 수 없는 책이었답니다. 그래도 글 중간 중간 들어가 있는 유쾌한 운동 그림들이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게 도와줘서 좋았어요. 그리고 그 그림에 등장하는 친근한 체격의 여자 사람들을 통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어요.

또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우리가 운동이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종목이 참 많다는 것이었고, 아무리 스스로를 운동 유목민이라고 표현했다고는 해도 이진송 작가가 경험해 본 종목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저 또한 조금씩이라도 체험해 본 운동이 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사소한 실수에도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퇴근하고 만나는 가족에게 짜증이 난다. 다정도 체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인성 때문에 운동한다는 후배의 말은 이런 맥락이다. 체력이 인성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진리'로 통한다.”(p.15)

글을 읽다가 너무나 공감되는 부분이었어요. 상황은 다르지만 저는 이 상황을 아이와 엄마 사이의 관계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니 그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상은 그에 맞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 더이상 자상한 엄마의 모습을 보일수가 없더라구요. 특히나 아이들을 돌본다는 이유로 또는 집안 살림을 하나 더 정리하고 챙긴다는 이유로 잠이 부족해져 체력이 떨어진 날이면 하루가 엉킨 실타래처럼 꼬여버렸어요.

체력이 바닥나니 즐거움도 다정함도 긍정적인 마음도
나에게서 다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그렇게 달아나버린 제 체력을 찾기 위해서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운동 시간을 내기가 어렵네요.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는 책의 제목처럼 '오늘부터라도 운동을 꼭 시작해야 하는데...'라는 마음의 소리만 요란할 뿐이었죠. 그러던 중에 이 에세이를 만났으니 어쩜 이렇게 타이밍이 절묘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책을 다 읽을즈음 든 생각은 두 가지였어요. 나의 인생 운동은 무엇일까? 나는 왜 운동을 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그 중에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찾았답니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한 체력으로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마음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것이며, 나의 다정함 또한 찾아가는 것이예요.

이제는 보여지는 운동이 아닌 진짜 나를 위한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수학의 정석은 있어도 운동의 정석은 없기에 나만의 운동에 대한 운동 스위치를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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