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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창조, 진화, 지적설계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들
데보라 하스마, 로렌 D. 하스마 지음, 한국기독과학자회(KCiS) 옮김 / IVP / 2012년 9월
평점 :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미
출판되어 있는 창조과학 관련서적들도 많기 때문이었다. 또한이 분야에서 기다리는 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기심을 어쩌랴? 관심을 끄는 건 추천인과 추천사였다. 그래서 구입했다.
읽는 동안 본서에 관한 서평보다 비평을 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전한 창조과학을 가르쳐 줄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으며, 이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필독서라 하며, 한국교회에 단비와도 같은 책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추천사가
본서의 내용과 오버랩되면서 더욱 비평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딱 한가지
이유를 들으라면, ‘창조, 진화, 지적설계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들’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책 어디에서도 ‘성경적’이라는 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신학’과 ‘과학’이 있을 뿐이다. 성경은
없었다. 본서의 초판이 개혁신앙과 그 전통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을 독자층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 이에 부합하는 내용인지 모르겠다. 또한 균형과
다양성을 상당히 강조하면서도 어찌된 것인지 내용 자체는 젊은 지구론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진화론적 창조에 관한 호의를 보게 된 것은 비단 나 뿐이던가? 여하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단비와 같은 책이 아니다(물론
단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인들에게 추천하지도 않을 것이다.
책 내용에 관해 몇 가지 의문과 비판을 적으며 글을 마친다.
1.
5장
1-1. p. 130~133 : (오랜 지구론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를 대면서)대륙의
이동과 빙하층, 방사성연대측정을 들고 있다. 여기서 전제된
것은 ‘동일과정’이다. 저자는
동일과정을 전제로 위의 주장을 오랜 지구론의 증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p. 139에서는 태양이 일정한 속도로 수축했다고 생각(동일과정)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논리적인 오류이다.
1-2. 저자는 빙하코어를 예로 들며 “빙하 아래 기반까지가 3,200미터에 이르렀다. 이 빙하층의 나이를 계산해 보면 72만 년 정도 된다.”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이 또한 무리한 해석이다. 빙하층의 구분된 한 층 한 층(연륜층, anuual layer)은 결코 일정한 시간간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 만약 하루동안의 기온변화가 심했다면 빙하코어에 구분된 층이 나타날 수도 있다. 깊이도 다시 볼 문제이다. 역사적 예를 들자면, 1942년 연료 부족으로 그린란드 동해안에서 17마일 떨어진 지역에
버려졌던 전투기(p-38)를 1988년 발굴을 통해 발견할
당시 75m 두께의 얼음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46년 만에 75m의 빙하층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http://p38assn.org/ 참조).
2.
216~220 : 화석증거
2-1. 저자는 화석기록을 통해 진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즉 화석기록이 진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 진화 생물학자인 스테판 제이 굴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화석기록에서…‘진보 방향’을
발견하는데 실패했다고 여긴다...우리는 …희망하는 어떤 패턴
때문에 부담을 받아왔다( Gould, S. J., “The Ediacaran Experiment,”
Natural History, 93: 23, Feb. 1984.).” 굴드는 화석기록이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진 생물의 진화를 지지한다고
보지 않았다. 물론 그 때문에 ‘단속평행이론’이라는 황당한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화석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이루어진 생물의 진화를 발견할 수 없기에 단기간(그들에게 단기간은
5,000~10,000년이다.)동안 진화했다는 것이 ‘단속평행이론’이다. 만약 저자가 화석기록을 통한 진화를 설명하고 싶다면 ‘단속평행이론’부터 비판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이 외에도 많은 학자들의 발언들이 있다.
- 화석기록이나 어디에서도…무척추동물에서 물고기로 진화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Aerial Roth (동물학자), 1988, Origins)
- 백 년 이상 동안 찾아본 결과, 화석기록에 커다란 간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Cracraft, J., 1984, The
significance of the Data of Systematics and Paleontology for the
Evolution-Creationism Controversy,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 화석기록에서 많고 많은 간격이 있다는 것...이런 모든 간격들이 연결될 리 없다…(Ruse, M., 1982, Is
there a Limit to Our Knowledge of Evolution, Commentary in Bio Science. P. 101)
- 어떤 진화론자도…특별창조의 반대인 진화론의 증거로 화석기록을 사용하지 않는다.( Mark Ridley(Professor of Oxford University), “Who Doubts Evolution?” New
Scientist 90, June 25, 1981: 831)
2-2. 오랜 시간을 전제로 한 화석은 화석이 발견되는 지층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대로 지층은 오랜 시간이 그 형성 원인일까? 저자의 해석은, 아래에 있는 지층이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진화론적 해석이다. 하지만 1980년에 워싱턴 주에서 폭발한 세인트헬렌 산의 경우, 주변지역의 7m가량 높이의 지층이 수 시간 만에 쌓이는 결과를 드러냈다. 또한
지층은 저탁류(Turbidity Current, Subaqueous gravity flow)로 인해
형성된다는 것이 이미 지질학적 정설이다. 즉 지층의 형성은 ‘오랜
시간’으로 인함이 아니라 지층이 쌓일 만큼의 ‘힘’과 ‘상황’으로부터 비롯된다.
2-3. 저자는 귀 부분의 뼈와 망막의 위치를 가지고 다음과 같이 진화를 설명한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변화하는 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포유류의 가운데 귀 부분에는 망치뼈와 모루뼈, 등자뼈라는 매우 작은
뼈가 세 개 있는데….중략….파충류의 귀는 이와 달리 가운데
귀가 아닌 아래턱 부분에 세 개의 뼈가 있다.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전이하는 과정 중에 있는 화석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이 뼈들에서 흥미로운 전이를 발견했다(p.217).”
“망막은 눈 뒤쪽에 위치한 신경세포의 집합체다…중략…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 포유류
등 눈을 가진 모든 척추동물의 망막은 도치되어(inverted) 있다.
즉,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뇌에 신호를 보내는 세포 뒤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반면에…중략…무척추 동물들의
경우에는 빛을 감지하는 세포가 뇌에 신호를 보내는 세포 앞에 위치해 있다…중략…오징어나 문어의 경우 망막이 도치되어 있지 않아야 물속에서 더 쉽게 사물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 주장으로는 물속에 사는 물고기 같은 척추동물의 망막이 도치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이것은 수많은 예 가운데 두 가지에 불과하다(p. 220).”
저자는 이를 통해 ‘공통조상’을 말한다. 하지만 공통조상이 진화를 지지하진 않는다. 또한, 무엇이 진화의 방향이란 말인가?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 이빨에서 귀의 기능적 뼈들로 바뀌는 것이
어떤 논리에 의해서 진화의 방향성이란 말인가? 망막의 위치 또한 마찬가지이다. 무엇을 근거로 ‘도치(inverted)’
되었다고 주장하는가?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가? 수많은 예가 있다고 하지만 두 가지 예조차 논리적이지 않다.
3.
224~5 : 종내 유전적 다양성
저자의 유전적 다양성에 관한 설명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이 어떻게 진화의 근거가 되는가? 유전적 다양성은 종의 다양성, 즉 초기 한 쌍의 동물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이 환경에 의한 자연선택, 격리를 통해 다양화 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이것이 진화와 무슨 상관인가? 진화는 유전적 다양성의 조합이
아니라 ‘유전정보의 증가’이다. 이는 진화가 아니라 ‘변이’라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이는 저자가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다윈
시대에는 유전자에 대해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고, DNA 분자도 이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발견되었기
때문이다(p.203).’ 라고 말한 바와 대치되는 발언이다. 유전정보에
관한 지식을 얻었기 때문에 진화는 지지받지 못한다.
4.
226 : 비타민 C 유사유전자
저자는 침팬지들의 몸 속에, 다른 포유류가 가지고 있는 비타민 C유전자의 자리에 유사유전자가 있다며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침팬지의
게놈지도를 얻은 것과 그것의 기능을 아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인간의 DNA 중 예전부터 ‘정크유전자’라
불린,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는 유전자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유사유전자라 부르는 것도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능을 하는
지 모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