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
존 로이드 & 존 미친슨 지음, 전대호 옮김, 테드 드완 그림 / 해나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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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이를 하는 고양이 귀여운 고양이 

도둑을 쫓는 강아지 충성스런 강아지 

아기를 넣고 다니는 캥거루 엄마 캥거루. 


동물을 그렇게 손쉽게 의인화하지 마라! 

동물은 동물 본연의 동물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솔직히 '인간의 시각에 의해' 재단된 동물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그건 비단 디즈니 영화에서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숱한 수사에서도, 동물은 이미 자신들의 권리를 잃은 채 희생되고 있지 않던가! 


돼지우리같다느니 

소의 눈망울처럼 천진하다느니 

인간과 교감하는 돌고래의 이미지라든지. 


그건 다 가짜다. 

동물을 왜곡한다. 


철저한 과학에 근거한, 그러나 위트 있는 이 책은 

동물에 관한 우리의 잘못된 상식들을 확 뒤집어준다.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게 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렇게 선입견을 버리고 바라본 동물들이 외려 인간에게 아주 흥미로운 관점들을 제공한다는 거다. 

동물들의 난잡한, 혹은 순정한 성교 방식이라든지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믿었던 동물들의 그 놀라운 능력이라든지. 

모든 게 놀랍다. 


상식을 뒤집어야 진실이 보인다. 

지구를 차지한 수많은 동물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적어도 그들의 진실을 존중해줄 그런 예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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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1 09: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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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2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전거 건축 여행 - 소심한 아저씨,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길 위의 건축을 만나다
차현호 지음 / 앨리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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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참한 책을 하나 읽었다.

자전거 건축 여행. 

중견 건축가인 저자는, 어느날 '자기 자신을 위해' 떠난다. 

일본의 건축을 누비기 위해, 

그리고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그가 본 건축의 면면은 현장에서 오래 몸담은 이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리고 섬세한 건물의 스케치들. 

어떤 사진보다도 상세히 일본 최고 건축의 면면을 보여준다. 


만일 우리나라를 돌아다닌다면 어떤 건축을 그려낼 수 있을까? 

앞으로도 비슷한 책들을 또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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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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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니면 안 돼. 아름답질 않아"  

홍상수가 돌아왔다. 원래 이리 착했나, 원래 이리 진지했나?  

원, 그걸 모르셨어? 그는 원래부터가 진지하고 착한 사람이야. <하하하>를 볼 땐 "어, 이거 왠지 그냥 너무너무 우습다, 재미있어진다"였는데. 이번엔 좀더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한층 더 진지하고 착한 느낌의 그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그대로인 그이다.  

* 아름답고 착한.  

언제부턴가 그가 착함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이는 사실 <하하하>에서부터 그가 계속 붙들고있는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장군님의 말을 생각해보자. "난 좋은것만 본다. 항상 좋은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보지. 사람들 에게서도 좋은 점만 본다. 어둡고 슬픈 것을 조심해라. 그 속에 제일 나쁜 것이 있단다")
 

<북촌 방향>에서도.   

그가 술집 <소설>의 예쁜 마담(?)을 향해 찬탄하는 말은 "예쁘다, 착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이 감동하는 게 그런 걸지도 모른다. 예쁜 것, 착한 것 앞에서.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잊는다. Don't Be Evil. 나쁘고 음모가 가득한 게 판 치는 세상이니까 그게 오히려 너무 신선해졌다.  

성준(유준상)은 소설에서 소설의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에 떠나면서 당부한다.  

"좋은 사람들을 사귈 것" "술 마실 때 취하지 말 것" 그리고...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쓸 것. 단 세 줄이라도"  

아, 어쩐지 나도 반성하고 싶어졌다. 백현진의 앨범 제목처럼. 반성의 시간. (그런데 이 영화 음악을 맡은 사람이 우연히도 백현진이더라)  

 

* 극단을 같이 말해주면 누구나 속아요  

이 영화에서도 <해변의 여인>에서 보여준 것 같은 홍상수식의 진지한 철학은 계속된다.  

이번엔 극단에 관한 얘기다. (난 이 설명을 들으면서 왠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혈액형 얘기가 떠올랐다. 혈액형 얘기도 사람 그럴듯하게 속이는 데엔 아주 적합한 띠어리theory이니까)  

누가 그런 얘길 한다.  

"관상 같은 거 있잖아요. 그거 극단을 말해주면 누구나 속아요"   

"당신은 겉으로는 아주 꼼꼼하고 냉정해보이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감상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앞에 있던 여자는 집을 나가버린 강아지 얘기를 하면서 막 우는 거다.  

참 나. 근데 세상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딨냐 말이다. 세상에 믿지 못할 게 있다면 그게 별자리점이랑 관상학이랑 혈액형별 성격, 뭐 이런 거 아닌가?  

매사에 사무적이지만 남들이 모르는 연약한 자아를 갖고 있다든지,  

침착한 편인데 한번 핀이 나가면 폭발해서 마구 화를 낸다든지.  

아니, 안 그런 사람이 있냐고. 예컨대.  

근데, 그 극단을 짚어주는 게 어쩌면 예술이다. 그런 극단을 누구나 가지고 있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홍상수는 좋다. 뭔가 씁쓸하게 생각하고 반추하게 하던 홍상수가 이젠 뭔가 포근하게 되돌아보게 하는 홍상수가 된 느낌이다.  

초가을에  

쨍한 겨울의 시린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화면도 좋았다.  

첫눈이 온 길과  

소설이라는 술집과(아마 이 술집 진짜 있을건데. 유명한 술집 아닌가?)   

이러저러한 풍경들도.  

 

아무튼 덧없는 이 계절에 그의 말을 위로로 삼자. 행인들은 외면하고 지나갈지라도. 

"서두르지 마. 서두르면 안 돼. 천천히 생각해야돼" 

 

(이상 위에 인용한 대사들은 정확히 적은 게 아니라 머릿속에 저장돼있던 것이므로 약간 틀린 구석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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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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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잘 알지도 못하면서...보다 한층 더 진지해진 느낌. 아무튼 역시! 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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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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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식을 때도 좋을 수가 있을까.  

나이를 먹어가고 늙어가는 게 흡족할 수가 있을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때 비로소 우리에겐 위로하고 위로받을 자격이 생기기 때문에.  

우리 안엔 아직도 다 자라지 않은 소년소녀가 있다. 평생 자라지 않을 것이다. 간직한 채, 잊고 살다가, 가끔 꺼내볼 수 있을 뿐이다.  

경험은 독이다.  

그게 전부가 아닌데,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소년처럼 사랑 앞에 서면, 매번 새롭고 매순간이 두렵다.  

발가벗은 채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의 몸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는지. 나의 온 몸 구석구석이 처음 본 듯 낯설다. 그리고 연약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한 겹 한 겹 옷을 껴입었지만 우리의 본질은 여전히 소년이고 소녀라는 걸.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 처음인 듯한 텅 빈 눈으로 그를 바라다봐줄 줄 아는 예의,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위해 머릿속을 지우고 백지를 마련해둘 줄 아는 준비.  

그 새하얀 공간 속으로 나는 걸어들어간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는 이런 약속을 하기도 했다.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슬픔은 함께 견디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슬플 때에는 반드시 네 곁에 있을게. 그리고 또 말했다. 평상시에는 엄마 자신의 인생에 더 중요하지만 비상시에는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평상시에는 우리는 각기 이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데, 그건 비상시가 닥치지 않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개인의 권리이고, 그리고 비상이라는 건 전쟁, 천재지변, 교통사고, 질병, 절망, 빈털터리 상태, 그리고 지금과 같은 극진한 슬픔의 발생이라고.(19) 

어디로 가냐고 묻지 않는 것, 그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227)  

거짓말하게 될 것 같으면 차라리 아무 말 마. 거짓말했다는 부담까지 늘어나서 더 필사적으로 자기를 변명하게 돼.(302)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마음속에는 사랑이 생기고, 변형되고, 그리고 식는다.  

식을 때가 가장 좋다. 그게 나를 각성시키고 소설을 쓰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식었던 마음이 다시 덥혀질 때가 더 좋다. 그래야 소설 쓸 힘이 생기니까.  

사실 나는 위로를 잘 믿지 않는다. 어설픈 위안은 삶을 계속 오해하게 만들고 결국은 우리를 부조리한 오답게 적응하게 만든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가고 우리는 거기 실려간다. 삶이란 오직,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이란 것이 생겨나고 변형되고 식고 다시 덥혀지며 엄청나게 큰 것이 아니듯이, 위로도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러니 잠깐씩 짧은 위로와 조우하며 생을 스쳐 지나가자고 말이다.(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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