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안내서

인생, 예술 ㅣ 윤혜정의 예술 3부작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7월

‘인생, 예술’은 서문에서 나온 것처럼, 현대미술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안내서와도 같았다. 특히, 나는 현대미술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현대미술을 자신만의 감정으로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작품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설명을 들어보아도 가슴 깊이 와닿기란 쉽지 않았다. 따라서 책에서 언급한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경험'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품을 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작품 앞에 앉아 작가의 인생과 작품에 관한 감상을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윤혜정 작가님의 경험과 감정이 나에게 깊게 와닿았고, 그 감정을 경험하는 바탕과 방향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이미 나는 현대미술의 여행길 위에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이 생긴다는 것이 좋았다. 저마다의 취향과 감정이 있는 것처럼, 나는 작품이 자연과 인간 자신을 연결지어 이야기를 할 때가 좋았다. ‘우고 론디노네 작가’의 작품이 그랬다. 광활한 '자연'의 존재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삶, 사유를 이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자연에 관한 그림. 그중에서도 산에 관한 그림을 그렸던 유영국 작가님의 작품도 인상 깊었다. RM이 사랑한 작가님으로 알려진 작가님이자, 언제나 순수하고 성실한 신인의 자세로 그림을 그린 작가님이다. 그 작품들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듯 보이지만,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 속에는 철저한 계산 끝에 이루어진 균형과 조화가 담겨있는 것이다. ‘인생, 예술’을 계기로, 작가님의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경험하고, 자신만의 감정과 언어로 표현하게 되기를 바라게 되었다. ‘인생, 예술’은 현대미술을 사랑하는 분들, 사랑하고 싶은 분들이 모두 사랑하게 될 일 것이다.
-출판사에게 협찬받아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무의미한 '가짜노동'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본질을 건드리는 사회적 문제 도서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가짜노동>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금기가 되어버린 오늘날. 무의미한 '가짜노동'에 시달리는 수많은 현대인의 본질을 건드리는 사회적 문제 도서이다.

현대인의 직장 스트레스, 노동 환경에서의 공허함, 번아웃 증후군. 그 본질에는 ‘가짜노동’이 있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금기‘가 된 것처럼, 가짜노동은 사회적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노동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본질을 건드려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노동에 관한 역사, 철학을 들추어보며, 오늘날 가짜노동의 시스템이 이루어진 원인을 분석하고, 그 대안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가짜노동’이라는 키워드에 다가가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 만도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읽히고 재미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저자의 논리가 타당하게 와 닿았고, 풍부하게 담긴 사례가 재미있었다. ‘노동’에 관한 새로운 쟁점을 던지는, 뛰어난 책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노동’은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중요한 쟁점이다. 최근 영국이 주4일제에 관한 실험을 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 본질은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의 철학을 대변한다. 우리 사회의 노동 시스템은 한층 변화했지만, 낡은 노동 제도는 변화하려는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은 일간 신문에 매번 제기되는 ‘노동’에 관한 끊임없는 논의처럼 복잡하고 해결책도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본질’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가짜노동>은 생각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훌륭한 책이라고 본다.

-"노동자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선사할 필요가 있어요.
삶에 의미가 있어야죠. 직장 생활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 있어서요."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추리소설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추리소설에 이토록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재수사>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정말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여러 고민을 안겨준 가치 있는 책이었다.

이 작품은 연지혜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외적인 이야기와 살인사건 진범의 내적인 묘사가 교차 되어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동시에, 이는 지루할 틈 없는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 작품은 여느 소설보다 흥미롭고, 긴장감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하지만 단순한 흥미를 위한 추리소설이 아닌, 현대 사회의 고민을 반영한 훌륭한 사회소설이자 철학 도서처럼 느껴진다. '재수사'를 하는 외적인 과정에서 꽤 심도 있는 고민과 질문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2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발전한 기술이 범죄 수사에 미친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고, 범죄 수사의 우선순위라던가 범죄자의 인권 문제와 같은 형사사법 시스템에 관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살인사건 진범의 내적인 묘사는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도스토옙스키'가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과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이 둘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어떤 뛰어난 고민을 안겨주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죄자에게 철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철학 운운하며 혼돈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그저 자신의 치욕스러운 살인을 정당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악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도스토옙스키'의 책과 어떤 철학들이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구조는 무척 흥미로웠다. 장강명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다가갈지, 감히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끝이 몹시 궁금하면서도, 질문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긴 추리소설

재수사 1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8월

추리소설에 이토록 깊은 사유와 철학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재수사>를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정말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여러 고민을 안겨준 가치 있는 책이었다.

<재수사>는 연지혜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외적인 이야기와 살인사건 진범의 내적인 묘사가 교차 되어 진행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동시에, 이는 지루할 틈 없는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 작품은 여느 소설보다 흥미롭고, 긴장감 있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하지만 단순한 흥미를 위한 추리소설이 아닌, 현대 사회의 고민을 반영한 훌륭한 사회소설이자 철학 도서처럼 느껴진다. '재수사'를 하는 외적인 과정에서 꽤 심도 있는 고민과 질문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22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발전한 기술이 범죄 수사에 미친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고, 범죄 수사의 우선순위라던가 범죄자의 인권 문제와 같은 형사사법 시스템에 관한 고민을 던져주기도 했다.

살인사건 진범의 내적인 묘사는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도스토옙스키'가 아닐까 싶다. 추리소설과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이 둘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어떤 뛰어난 고민을 안겨주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범죄자에게 철학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철학 운운하며 혼돈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그저 자신의 치욕스러운 살인을 정당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악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도스토옙스키'의 책과 어떤 철학들이 연관되어 이루어지는 구조는 무척 흥미로웠다. 장강명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이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과연 어떤 결말을 향해 다가갈지, 감히 예측조차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끝이 몹시 궁금하면서도, 질문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시작 - 고골의 대표 희곡 작품집

감찰관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5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지음, 이경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0월

  #제품협찬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적인 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대표적인 희곡 <감찰관>을 포함해 <결혼>, <도박꾼> 세 편을 모아놓은 작품집. 19세기 러시아의 관료사회의 부패와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비판한 작품.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시작을 볼 수 있다. 인물 간의 주고받는 대화가 생생하고 흥미롭게 와닿았다. 특히, <감찰관>은 시장과 관료들이 페테르부르크에서 감찰관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홀레스타코프'를 감찰관으로 오해하면서 전개되는 고골의 대표 희곡이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야기가 재미있고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면 될수록, 작품 속의 풍자적 기질은 짙어간다. 재미있게 웃으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당대 러시아 관료체제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을 빛을 발한다.

  <감찰관>, <결혼>, <도박꾼>은 문학사적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기에,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니콜라이 고골의 작품은, 이후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므로. 세계문예사적 흐름을 이해하기에 충분히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