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13
제니퍼 이처스 그림, 샘 맥브래트니 글, 김서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침에 관리실 아저씨께 ''소포 온 것 없나요?' 했다. 기다리던 책들이였기 때문에 얼른 집어들고 출근길에 올랐다. 오프라인 서점을 한 번 둘러보고 산 책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만 인터넷상으로 검색해서 산 책들은 그렇지 않을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이 책만큼은 운전하는 남편에게 '이것좀 봐! 근사하지?' 하고 자랑을 해도 좋을 책이다. 대형서점의 어린이 책 코너를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다양한 책들이 많은지,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책을 선뜻 고르는 게 힘드는지도. 그렇지만 표지의 은은한 파스텔톤 그림은 나를 이끌었다.그리고 속 안의 내용도 내 맘에 쏙 들은 것은 물론이다.

학교들어가기 이전의 아이들이 노는 일상적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마치 눈앞에서 두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마냥 생생하다. 또한 역자의 아이들 말투가 맘에 든다. 이러한 아이들 말투를 그대로 살린 것이 내 오래된 기억에 가라앉아있던 순간순간의 장면들을 의식의 수면위로 떠오르게 했다.

평화롭기만 하던 아이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났다. 큰 소리를 지르며 싸운 것이다. 안정감있고 따뜻하게만 보였던 부드러운 색채의 이 책에도 동요가 일어난 것이다. 아이들이 서로 말을 안하고 버티는 시간은 아무도 찾지 않는 공터의 낡고 버려진 그네처럼 외롭고 쓸쓸하다. 그러나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기는 싫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면서도 친구가 먼저 다가와 그 말을 해 주길 바란다. 그러면 나도 금새 사과를 할 텐데.

이 책에선 '...둘은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냈답니다.'라는 식의 행복한 결말은 없다. 아직도 친구가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마음만 이어질 뿐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본성이 그 기다리는 마음속에 이미 담겨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책의 전체 색체가 아이들의 그런 심리를 더욱 셈세하게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좋은 책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라 기분이 좋다. 엄마나 아빠에게도 훌륭한 책이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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