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하는 민주주의 - 팬덤 정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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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하는 민주주의-팬덤 정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박상훈 지음
2023.08.28
317pp
후마니타스 
 
    3월1일. 앞으로 22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투표일까지 40일 남았습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한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여러 정치적 견해와 관점이 존재하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기이한 정당 정치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간 기업에서 일하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정치에 관해 불가근불가원 입장을 견지하지만 가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때가 있습니다. 특정 정책을 논할 때 그렇습니다. 너무나도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거나 재원 조달이 불투명하거나 세부적인 로드맵이나 방법론이 없는 정책을 접할 때면 그 발의자가 여권이든 야권이든 상관없이 비판하는 편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한, 앞에서 언급한 기이한 정치 흐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치 아이돌 연예인을 대하는 듯한 정치 팬들. 그들의 맹목적이고 집단적인 의사 표현 행위. 과연 이것이 대의 민주주의에서 정당한 정치 활동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2016년 소위 말하는 '문빠'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정치계에 등장한 팬덤 정치 현상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과 사회적 여건이 정치적 팬덤을 형성시켰고 이러한 현상은 실제 정치판과 사회 곳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발아하였으며 현재 한국 정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도려내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 팬덤이란 단어 자체는 '광신자'라는 Fanatic 을 줄인 Fan과 영지, 영역이라는 Dom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광신자 무리>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죠. 이 의미로만 봐도 결코 팬덤은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힘든 뉘앙스를 전합니다. 왜냐하면 특정한 신념, 가치, 철학, 정책, 인물에 대한 팬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반대에 대한 격렬한 저항, 억압, 폭력, 혐오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 한국 팬덤 정치의 배경으로 지적하는 한국 정당이란 조직의 구조적, 재정적, 전문 역량 구축의 취약성은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란 허울 속에 감춰진 한국 대의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세세히 폭로하고 있습니다. 민주화 항쟁을 통한 직선제 쟁취, 군사 정권을 끝내고 민간 정부로 평화적으로 이양했다고 하나 실제 대의제 민주주의를 행하기 위한 풀뿌리 정치는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마치 한국의 프로 축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시아의 맹주라고 하고, 월드컵 본선에 계속 진출하지만 한국 리그는 매번 적자에 리그전 경기에는 좌석 80% 이상이 비어 있는, 오직 국대 경기에만 관심 있는 그런 허약함). 
 
    또 인상적인 부분은 의원 평가를 입법 발의 건수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 법안이 얼마나 심도 깊고 다양한 제반 법률, 규정, 규칙, 조례 등과 사전 조율되어 실효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적 평가가 없다는 것이죠. 이것만 봐도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 시스템은 매우 후진적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 속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20대 국회를 기준으로...(중략)...법안을 건당 15분 정도 검토...(중략)...시간은 6,000시간...(중략)...매일 4시간씩...(중략)...법안만 검토한다고 해도 5년이 걸린다" 이건 우스운 수준을 지나 초현실적 세상인 것입니다.  
 
    <혐오하는 민주주의>를 읽으며 오늘도 뉴스를 봅니다. 공천이 어떻고 시스템이 어떻고 00계는 떨어지고...쉴 새 없이 기사가 쏟아집니다. 외집단에 대한 혐오, 배척과 분열을 조장하는 내용들이 다수입니다. 앞으로 40일, 그 뒤에 또 다른 정치적 상황이 펼쳐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현실이 존재합니다. 저출산/고령화, 지방 소멸, 기후 위기, 연금 개혁, 부채 경제 등등.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혐오와 배제, 배척과 분열에 기반한 정치 시스템이 이러한 현실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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