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blu)‘의 저자 츠지 히토나리가 프랑스에서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록을 담은 에세이. 소설과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고 좋아했는데 에세이는 처음 읽어보는 거라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둘이 살기 시작해 막막하던 때, 아빠는 아들을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한다.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부자. 어린 아들이 어느새 자라 대학에 들어가기까지의 일상을 써내려간 글이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리러오는 게 의무라 항상 함께 다녔다는 부분이 귀여웠는데 중학생이 되어 혼자 등하교하고 고등학생이 되니 집을 비우는 시간도 늘고 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커가면 부모가 외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뿌듯하고 대견한 마음에 더 클 것 같기도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 대답도 잘 안하고 무례하게 구는 아들에게 화가 나 맞대응하는 부분이 꽤 재밌었는데 다른 집 부모들에게는 살갑게 대하는 걸 보고 질투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자식을 키우는 건 정말 어렵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내 자식도 아닌데 같이 키워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애틋한 마음도 생긴다. 건방지게 굴다가도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드러날 때 같이 헤실헤실 마음이 풀어지기도 하고. 프랑스라는 타지에서 둘뿐인 가족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며 아이가 어릴 땐 아이가 아빠에게 기대고, 점차 자라면서 아빠가 아이에게 기대게 되는 관계. 서로를 보호하고 챙기는 게 자연스러운 사이가 부럽기도 하고 꽤 사이가 좋고 다정다감한 가족이라는 게 느껴져 마음이 따스해진다. 아빠와 아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가끔 아들이 너무 어른스럽게 말해서 놀랄 때가 있는데 아이가 성장이 이런 거구나 신기하기도 했다. 아빠가 요리를 많이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들도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는데 아빠가 힘들 때 식사를 차려주거나 하는 걸 보고 내가 다 대견함을 느꼈다. 잡지에 연재하던 일기를 모은 에세이집이라 하는데 실시간 연재를 보던 사람들은 함께 아이를 키운 기분이 아니었을까. 나도 이렇게 아이가 자라는 게 생생하게 느껴지는데 당시에 같이 소통하며 읽었던 사람들은 더 대견했을 것 같다. 코로나 시국과 맞물린 사춘기 시절, 아빠가 정말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 시기도 무사히 지나고 함께 서로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장면이 뭉클했다. 가족의 인연이란 참 소중한 거구나 싶기도 하고 아이를 키운다는 게 이런 거구나 따뜻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있다면 더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듯. 오랜만에 알콩달콩 가족에세이를 읽어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