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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경제학 - '보이는 손'으로 시장을 지배하라
로스 M. 밀러 지음, 권춘오 옮김, 한경동 감수 / 일상이상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행동경제학 관련서들인 <행동경제학>, <넛지>, <괴짜경제학> 등에서 실험경제학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이 책이 출간되어서 반가웠다. 국내 최초 실험경제학 개론서이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버논 스미스의 저서가 아닌가! 아무튼 나는 새로운 경제학 서적을 매우 좋아한다. 현실에서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랄까...
기존의 경제학이 불안정하고 완전하지 않은 현재의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된 이론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험경제학의 가치는 그만큼 크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이 말하듯, 시장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실험경제학에 의하면 시장을 움직이는 요소들을 두 눈으로 정확히 확인할 수 있고, 시장을 보다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자연과학에서 근대과학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실험 때문이었다. 이전의 과학자들은 자연을 관찰하는 데 머물렀던 반면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 등의 근대 과학자들은 자연을 과찰하고 실험하여 기존의 가설을 뒤집었다. 그로 인해, 근대 과학혁명이 시작되었고, 세상은 몰라보게 발전하게 되었다. 과학계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경제학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경제 이론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을 통해 현실에 보다 적합한 방법론들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주파수 경매에서는 입찰자들끼리 입찰가를 담합한 점과 그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력함이 눈길을 끈다. 얼마전에 벌어진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주파수 경매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점들을 개선할 만한 조합경매방식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주가가 월요일에 폭락했던 블랙 먼데이 사건 때 그에 대한 문제해결책으로 내놓았던 서킷 브레이커가 오히려 시장을 더 큰 혼란에 빠뜨렸다는 주장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앞으로 제2의 블랙 먼데이가 또다시 올 수 있다고 예측했는데, 최근 세계 증시가 블랙 먼데이를 겪었으니, 매우 놀라웠다. 이 책은 이러한 증시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스마트 시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단순히 이 책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잘먹고 잘사는 법을 소개하는 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시장에서 효율과 형평성을 동시에 충복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효율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해내는' 기본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은 효율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평성의 문제도 고려하고 있다. 형평성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사회의 '분배 정의'와도 관계되는데, '분배 정의'는 보다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실험경제학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이 더불어 잘사는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