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넘어 런던 가서 그림 그리겠다고 짐 싸서 훌쩍 떠나는 이른 내겐 용기가 필요한 것보다 단지, 돈이 좀 필요한 것 같긴 하다. 런던에서 눈물 찔끔 나게 고생도 했지만, 꼬깃꼬깃 숨겨져 있던 나를 만나기도 했다. 세 군데 단기 코스를 다니는 동안, 이 세상 사람 중 누구도 내 나이를 묻지 않았다.
뒤에서 보고 아가씬 줄 알았다가, 앞을 보고 깜짝 놀라게 할 순 없지. 80퍼센트 이상이 머리빨이었는데 외모, 이제 너를 놓아준다.
가족이란, 애증이 뒤죽박죽 얽혀 있어 온다 하면 귀찮고 간다 하면 서운하다.
오랜만에 봐도 한 번은 꼭 싸운다. 남한테는 사근사근 말하며 끝까지 인내하면서도, 가족한테는 바로바로 막말이 튀어나간다.
벌써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데 여행을 자주 다녀서 돌봐줄 수가 없다. 원한다고 다 가질 순 없다. 다리 힘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약봉지에 뭐라 쓰여있나 안 보인다고 늙었다고 착각하지 마라. 아무것도 포기하지 말자. 입술 좀 발갛게 바르고 등 펴고 아랫배에 힘 딱 주면 못할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