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 계속 쓰려는 사람을 위한 48가지 이야기
은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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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표지의 책이 나를 유혹한다. 커다란 창문으로 보이는 녹색의 자연에 노란 테이블과 두 개의 의자. 여기에 커피 한잔이라면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 같다. 은유작가님의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라는 제목의 책은 제목에서부터 자신감이 넘친다. 마치 TV의 토크쇼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느낌이랄까. 너무 부러운 책 제목을 가진 저자다.

은유작가는 르포 작가이다. 사람들이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며 인문 공동체에서 글쓰기 수업 '감응의 쓰기, '메타포라' 등을 2011년부터 꾸려오고 있다. 글쓰기 책으로 '글쓰기의 최전선'등 다수의 글쓰기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의 목차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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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면 대강의 책 내용이 예상된다. 목차의 탄탄함을 가진 이 책은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그동안 궁금했지만 어디에 물어보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 준다. 조곤조곤 차분한 말투로 옆에서 속삭여주는 듯하다.


고통과 상실은 우리를 피해 가지 않고 혼자 남은 밤은 길다. 내 슬픔을 그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다가 제풀에 지치고, 그걸 말 안 하면 모르나 하고 서러워하다가, 말해도 모르는데 말 안 하면 더 모른다는 깨우침을 얻고서, 남이 알아주길 바라지 말고 내 마음 나부터 알아주자는 데 이른 어른스러운 해결책이 내겐 글쓰기다.

글쓰기는 이런 일을 한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리고 나를 둘러싼 사람을 오래 들여다보도록 북돋운다.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다.

자신의 게시글에 달리는 여러 댓글에 기운을 얻어서, 피곤한데도 밤마다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때 받은 칭찬이 너무 좋았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또 한 번 느꼈죠. 우선은 내가 글을 써야 독자가 생기겠지만, 읽어주는 사람, 즉 독자가 있으면 글을 쓰게 된다는 사실을요. 이렇게 남은 나를 쓰게 합니다.

잘 쓴 글을 보고 기죽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니 기죽는다는 사실엔 기죽지 말고,
내가 기죽었다는 사실을 글로 써보자.
그게 글 쓰는 사람의 임무다.

글쓰기에 대해 말하는 자리에서 꼭 강조하며 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공적 글쓰기를 하세요"입니다. 공적 글쓰기는 독자를 염주에 둔 글쓰기라는 뜻이죠. 나를 전혀 모르는 생판 남이 읽어도 이해가 가능한 글, 불특정 다수가 무리 없이 이해하는 글이요.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쓸거리가 계속 생겨나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할지, 남들이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써야 할지가 과연 선택의 문제일까요? 글쓰기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남이 읽고 싶게 쓰는 것, 이 두 가지를 조합시키는 부단한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퇴고를 안 하는 건, 그림을 그리면서 밑그림만 그리고 채색을 안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얼마 전에 농인은 '듣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어를 제1의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배웠어요. 어떤 존재를 결핍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나은 정의라고 여겼습니다.

글을 쓰지 않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다면 이미 하던 활동에서 무언가를 빼야 해요. 그리고 글쓰기를 1순위에 놓는 거죠. 즉, 시간 안배부터 다시 합니다.

정라 하자면, 글쓰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네요. 저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는 것, 타인을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


글쓰기 책을 읽었는데 다른 부분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농인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수어를 제2의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부분에 말이다. 나름 건전한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더 나은 어른이 되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다. 글쓰기를 통해서 그저 출간작가가 되는 것에만 빠졌던 내가 부끄럽다. 글쓰기는 글쓰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책으로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는 이유를 금세 알게 될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이 아니다. 반드시 소장했다가 가끔씩 꺼내보는 책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글쓰기 책이지만 인간의 내면을 보듬어주는 책으로 읽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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