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가운을 입고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평범한 일상은 지옥보다는 천국에 더 가깝다'라는 사실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로비에 성당이 있는 건물'에서 간절히 기도하지 않아도 되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인지 잠시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하루 앞에 붙는 '평범'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행복'으로 해석되는 꿈만 같은 단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의 역할은 '스펙 좋은 악역'이 소름 끼치는 상황을 연출하기 전,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을 모니터를 통해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입 부분의 '희망과 위로' 파트를 담당하는 방사선사다.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데 이상하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환자는 의료진을 믿고 병원을 찾는다. 그 믿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의료진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경제적 빈부격차보다 무서운 게 독서 빈부격차이며 삶의 양극화를 만드는 거야"라고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는 조물주가 만들어주신 두 개의 귀를 잘 활용하여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 어떤 아름다운 과거도 현재만 못하다. 과거가 더 아름다운 사람은 그보다 충분히 더 아름다울 수 있는 현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포기하고 싶지 않은 현재를 만드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다.
평범한 하루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소중한 하루였던 것이다. 이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부터 삶에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