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부모 - 화내지 않는 육아
김순선 지음 / 글라이더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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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책 표지는 큰 의미를 지닌다.

첫인상이랄까?

이 책이 무슨 책인지를 모를 경우 이 책을 잡느냐, 마느냐를 결정적인 키포인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생김새가 나에게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책마다 늬앙스가 있는데 이 책의 첫 인상은 딱딱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참 의외였다. 저자의 어투는 가벼운듯 가볍지 않고, 진지한듯 진지하지 않았다.

고로 가독성이 좋았다.

아이를 재울때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곤 하는데 옆에 누워있는 내 아이를 보며 나이 많은 육아 선배이자 전문가의 경험담과 회고담을 읽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이었던가? 할머니가 된 교육전문가의 책이 문득 생각이 났다.

인상깊었던 구절들이 있어 책장을 접어두었는데 이를 공유해보자면,

한번은 스리랑카 선교사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 선교사의 다섯살짜리 아이가 물컵을 쏟아 자기 옷은 물론이고 아빠의 바지도 젖어버렸다. 순간 아이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흔히 있는 일이다.

나라면 분명히 이렇게 아이를 다그치고 야단쳤을 것이다.

" 엄마가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그랬지? 라든가 "조심하지 않고"라든가.

그런데 선교사님은 얼른 화장지를 뽑아 물 묻은 아이의 옷을 닦아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물을 쏟으면 이렇게 좀 귀찮은 일이 생긴단다."

울먹이던 아이의 표정이 금세 환하게 밝아졌다. 그러면서 자기도 화장지를 뽑아 식탁 위에 있는 접시들을 이리저리 비켜 가며 한참을 닦았다.

"아빠, 쏟기는 쉬운데, 닦는 건 정말 힘들어요."

p.37

나 역시 아이가 실수했을때 혼내지 않는다. 이는 보고 배운 육아가 아니라 읽고 배운 육아를 몸에 익히고 있는 중이다.

바로 어제만 해도 아이의 실수로 바지와 이불을 여러번 갈아야했다. 변기 바로 앞까지 갔는데 소변이 나와버리기도 했고, 자기 전에 소변 보자고 했으나 괜찮다고 말하고 1분 지나서 누워서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거나.. 그런 경우들 모두 그냥 그 상황이 어떻게 하다 발생된 것인지를 얘기하고 아무렇지 않게 치워주었다. 아이의 고의성이 아니라면 혼낼 문제가 아님을 안다.

아마도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면 스스로 불편함을 깨닫고 안하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나름의 믿음이 있다.

느려도 아이는 자기의 걸음으로 간다. 우리가 보기에 정말 더딘 것 같아 보여도 아이는 하나님이 심어 놓은 성장의 시간표를 따라 자란다. 엄마의 속도가 아닌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보라. 그러면 누구나 '화내지 않는' 육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p.91

이것이 정답임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의 조바심은 주변과의 비교에 의해 자란다. 이놈의 비교...

사실 우리 딸은 평범한 아이다. 뛰어나게 뭘 잘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분야 하나에서도 개월 수 평균 이하인 것도 없다.

아이의 발달단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모습 하나 하나가 다 새롭고 기특하고 특별하다. 그럼에도 인스타, 블로그, 친구의 말에서 들려오는 앞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아이에게도 더 많은 자극, 더 많은 노출을 해야하나? 내가 더 뭘 안해줘서 평범한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때마다 우리만의 길을 가야지 라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이 책에 다양한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의 제자들 이야기들인데 그 중에 기억나는 아이가 한명 있다.

태민이라는 아인데,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장애가 있는 여동생을 돌보는 착한 남자아이였다. 친구들처럼 놀러가고 싶기도 하고 학원을 가고 싶기도 했을텐데 그 아이는 자기가 동생을 돌봐야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실 수 있다며 흔쾌히 동생을 돌보러 집으로 일찍 귀가하는 학생이었다.

덧셈과 뺄셈 테스트에서 통분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태민이가 15점 밖에 받지 못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그 아이의 반응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괜찮아요, 선생님. 이번에는 통분하는 방법을 몰라서 많이 틀렸지만 몇 번 더 풀어보면 잘할 수 있을 거예요."

자존감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자존감 높은 아이가 자기 앞에 발생한 문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해 나가는지를 눈으로 봤던 그날, 나는 또 한번의 감동으로 심장이 전율했다.

p.106

이 아이는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이런 자존감을 가진 아이라면 그 이후로도 올바르게 눈부시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장애가 있는 식구가 있다면 분명 부모님은 그 아이에게 더 많은 신경을 썼을텐데, 대체 그 부모님은 어떻게 했기에 아이에게 어떤 마음 씀씀이를 보였기에 이토록 강단있는 아이로 자랐을까?

나는 번듯해 보이기만 하고 쉽게 흔들리는 나의 자존감과 비교가 되어 더욱 부러웠다.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이런 자존감을 심어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저자 김순선씨는 부모는 아이를 섬김으로서 세상 최고의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긴다는 것은 아이를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시킴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이가 없이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행복과 만족감. 좌절과 죄책감.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내가 죽을때까지 이 아이는 내 인생의 큰 부분을 만들어주고 있다.

나는 이길테다. 내 아이가 굳건한 한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더욱 믿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정당한 화를 내고, 유연한 생각을 하며, 내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그런 부모가 되도록.

이 생에서 이겨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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