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법사
해도연 지음 / 구픽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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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연의 "마지막 마법사", 대단히 흥미롭게 읽었다. 이 소설은 사실 정통 판타지라기보다 지금 한국 웹소설이 판타지를 재해석 해내어 다다른 성취에 닿아 있다. 익숙한 서울 시내에서 벌어진 재앙과 마법사, 용, 그리고 '행정기구'와 각종 사회 갈등들이 엮여 속도감 넘치게 펼쳐진다.


그런데 많은 한국 웹소설이 그러한 성취를 담아 담아내는 욕망은 보다 원초적이다. 별 볼 일 없는 주인공이 초월적인 존재가 되어 사회적 계급을 '레벨업'하는 것. 이 작품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멀다. 같은 툴을 써서 표현하는 욕망은 전혀 다른 것이다. 연인을 지키겠다는 마음, '인류애'라는 편리한 단어로 설명하고 싶진 않은, 하지만 소시민으로써 그저 재앙을 두고 볼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그런 마음이 이 작품에 내재된 욕망이다. 많은 웹소설이 다시는 '호구'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는 시대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호구'가 된다. 그것이 참 애틋하다.


아쉬운 점은 있다. 이 작품은 경장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세계관은 훨씬 볼륨이 크다. 더 늘어뜨려 넓게 펼쳤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또 그랬다면 다양한 디테일과 '세나'의 변화 등이 더 설득력 있게 펼쳐졌을 거라는 생각이다. 정신없이 펼쳐지는 사건의 속도감은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니다.


오히려 그 사이에 축약된 것들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마무리는 어떠한가? 서정적이고, 여운이 남는 마무리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그 사이의 서사들이 펼쳐졌다면 웹소설은 아니더라도 "헝거게임" 같은 볼륨을 가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헝거게임이 특별히 더 나은 작품이라 언급하는건 아니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지금 판타지가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현대 판타지'가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구픽의 도서협찬으로 읽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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