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악의 교전 1~2 세트 - 전2권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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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집의 그 기시 유스케, 개정증보판으로 나온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

 

싸이코패쓰, 반사회적인 인격.

연습과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로 사회성을 쌓아가며 인기, 신뢰를 얻은 가면 속 인격.

하스미 세이지는 마치다 고등학교의 영어교사이며, 2학년 4반 담임이며,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 사이에도 꽤 신임을 얻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주변에 죽음이 일상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꽤 완벽에 가까운 인물.

 

이 책은 그의 꿈 이야기로 시작한다. 배틀로얄이 떠올랐다. 그쪽 장르인가 싶었다. 그러나 까마귀, 강아지, 이웃,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쎄함이 느껴지고, 중간중간 이정표같은 문장들에 섬뜩함과 놀라움이 쫄깃한 타이밍으로 탁! 다가온다. ‘서푼짜리 오페라’, ‘모리타트BGM으로 예술하듯 사람을 죽이는 하스미 세이지.

 

싸이코패쓰가 천재이기까지하면 이렇게 사는 건가

가해자의 심리를 내가 이렇게까지 알고 상상해도 되는 건가

이건 그냥 게임, 사냥 게임이 아닌가

어떻게 그 많은 살인에도 여기까지 무사히 왔던가

학교라는 곳이 이런 식으로 소모되어도 괜찮을까

 

읽으면서도 너무 읽고 싶지 않았다.

확실히 나에게 악은 교훈을 남겼달까.

찝찝하고 섬뜩하고 궁금한데 알고 싶지 않은 갈등상태.

 

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후천적인 괴물은 언제라도 생겨나리라. 2p.453

 

최근 입시관련나 모 학교의 비리 뉴스 등을 듣다보면 극단적 상태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이미 우리는 학교에서부터 악에 대해 가장 잘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 그런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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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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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존 크라카우어는 아웃사이드의 요청으로 가이드가 있는 에베레스트 등반 원정대에 관한 기사를 쓰기로 하면서 1996,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들을 오르려는 모험의 일원이자 12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생존자다. 그리고 이 책은 또 다른 생존자였던 아나톨리 부크레예프와의 논쟁과 화해가 담긴 후기가 추가된 리뉴얼 완전판이다. 생환과 기사, 출판 이후의 논란과 진실을 찾는 과정이 세세하게 그려져 후기까지 긴장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은 에베레스트 등반이 상업화된 것을 꼬집으면서도 그런 상황이 된 과정과 그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산악인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모든 현실 너머 꿈과 열정을 따르며 스스로의, 인간의 한계를 이기고 높이는 성취, 실현의 단계를 문학 이상의 감동으로 전하기도 한다. 도전과 한계, 불화와 연대가 해발 8848미터 아래에서 이리저리 펼쳐질 때 나 역시 얼어버릴 듯 시린 바람을 맞선 듯 때로 당혹스럽고 때때로 의지가 되었다. 호흡과 호흡. 산다는 건 결국 그 사이의 어떤 것들의 나열들이고 순간이며 돌이킬 수 없는 치열한 것들이었다.

 

매 장이 시작될 때 열어주는 짧은 글, 해발고도에 따른 기후 환경과 변화에 따른 인간의 대처들이 매우 상세히 표현되어 있고 묘사가 눈에 그려지듯 서술된 덕에 책을 읽는 동안 실감나고 현장에 함께 있는 듯했다. 글 사이사이 에베레스트나 등반에 대한 정보도 많이 실려 있어, 등산이나 고산 등반에 대한 지식이나 흥미가 없는 사람도 두께에 대한 부담도 잊고 영화를 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모험과 도전 이상의 생존과 존재에 대한 탐구, 그런 에베레스트의 흡인력을 한껏 느낄 수 있으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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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자의 차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6
연여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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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의 세계대전, 이상 기후, 리누트 바이러스 등으로 인간 멸종 상황에서 인류는 지구 위 잿빛 방벽과 투명한 돔에 둘러싸인 인구 8만의 중재도시에서 세대를 이어간다. 정해진 생애한도, 사라진 감정과 단어들, 상상과 꿈은 금지되고 자신의 목숨을 끊는 것조차 시스템의 오류로 치부되는 시스템. 중재자는 생존이라는 당시의유일한 목표를 위해 구성원에게 여러 가지가 소거된 삶을 제시하고, 그 삶에 익숙해진 그들은 생존과 삶을 다시 한 번 선택할 순간을 맡게 된다. 레드를 통해. 세인과 이폴을 통해. 그리고 또 다음의 누군가를 통해.

 

생존을 위해 인류가 무엇을 버리고 포기하는지를 짚음으로써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조건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소설,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소설, 부적격자의 차트.

 

나는 생존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까.

조금 먼 기억으로는 몇 년 전 이맘 때 COVID-19 펜데믹을 떠올려본다. 그때 가장 먼저 포기했던 것, 그때 가장 소중했던 것. 그때 나는 어느 정도의 자유와 의지를 기꺼이 포기하면서 우리 가족과 주변의 건강과 안심을 얻었다. 이 소설 속의 리누트 바이러스를 상상할 때도 어렵지 않게 다시 비슷한 선택을 할 내 모습이 떠오른다. 생존이 자유나 의지, 꿈보다는 분명 우선하는 것이라 믿으니까.

 

그러나, 중재자는 분명히 말했다. “최초의 제안을 기억하라.”

중재자는 빅브라더가 아니다. 언제든 시스템은 다시 조정될 수 있음에도 인류는 모험하지 않기로 했고 안전함에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최초의 제안을 기억하라는 말은 기억하지만 최초의 제안은 잊혀졌다. 그것은 오류의 범위였을까.

 

인간이 자유와 존엄을 갖고 정신적으로도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 자신의 삶을 장악한다는 것에 대해 그것을 생존 자체의 무게와 비교하거나 가치로 따져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벽 너머를 이미 본 사람에게 벽 너머에 대해 들려오는 유언비어는 너그러이 웃을 수 있는 농담 일 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산다. 그 이야기가 새삼, 개인적이라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 나를 구분하고야 마는 최후의 그것이 무얼까. 그것은 내 속에 나만 담고 있는 아주 사사롭고 소소하지만 굉장히 특별한 조합으로 이룬 ”. 우리는 그걸 보고 싶고 보여주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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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밀 이삭처럼 -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 열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황종민 옮김 / 열림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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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에 항상 오르는 고흐.
고흐는 우리에게 문학에서 헤세만큼이나 안다면 너무나 잘 아는 화가다. 고흐의 그림만큼 그의 편지에도 그의 격정이 담겨 있고, 그림을 보는 감동을 그의 편지가 배가 시켜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림이든 글이든, 주변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고흐가 지향한 가치는 분명히 느낄 수 있다. 그 가치를 『싱싱한 밀 이삭처럼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는 고흐가 긴 편지 속에 숨겨 둔 알곡처럼 찾아내어 그의 풍경화처럼, 자화상처럼 눈앞에 그림으로 그려지는 문장으로 엮은 책이다.

고흐에 대한 그림 뿐 아니라 동생 테오를 비롯해 주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영혼의 편지’는 고흐의 그림과 함께 여러 출판사에서 여러 버전으로 알려져 있다. 요한나의 물욕이었든 가족애였든 어떤 포장으로 만나더라도 고흐의 고뇌와 고독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영혼의 편지’는 고흐의 그림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시선, 태도 등을 돌아보고 겸손하고 조심스럽던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오게 한다.

예전에도 그랬는데, ‘영혼의 편지’를 읽다보면 고흐의 편지를 답장으로 받게 될 그 사람이 어떤 편지를 보냈길래 고흐가 이렇게 이런 문장으로 세상을 향해 외치게 되었을까, 그들이 보낸 편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이번 열림원의 새로운 ‘영혼의 편지’ 『싱싱한 밀 이삭처럼 고흐, 살다 그리다 쓰다』 는 특히 편지의 전체가 아닌 편지의 일부분만 발췌되어 더욱 상대가 누구인지, 날짜도 뒤섞여 있어 예술가로, 가족으로, 존재로 그 고민의 과정이나 깊이를 충분히 느끼기에는 아쉬움까지 더해져 누구에게 어쩌다 쓴 편지일까, 다른 책을 함께 보는 즐거운 수고를 추천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날짜가 더러 다른 부분도 있고 해석의 차이로 문장의 앞뒤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은 내 경험으로 남기는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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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전란을 극복한 불후의 기록
유성룡 지음, 이민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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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7년의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한 명재상 유성룡의 혜안과 처절한 자기반성, 징비록.

#도서협찬
#역사 #고전 #임진왜란 #한국사
#을유문화사 #징비록 #서애_유성룡

임진왜란은 명장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3편의 대작 영화, 대하드라마들로 익숙하지만, 그렇게 아는 임진왜란에 다른 시각을 더할 수 있는 징비록과 쇄미록 역시 우리 역사를 더 잘 알기 위해 꼭 읽어볼 책이다. 특히 징비록은 임금의 곁에서 명-왜-조선 간의 외교 상황과 정치적이거나 전략적인 상황에서 군신의 움직임까지 알 수 있어 임진왜란을 더 깊이, 넓게 알고 이해하기에 훌륭한 고전이다.

징비록은 유성룡이 북인들의 탄핵을 받아 실각한 후 안동 하회에서 임진왜란 기간 동안 작성한 문서와 체험을 바탕으로 전후 사실을 기록한 저술로, “징비(懲毖)”는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 ‘내 지나간 일을 징계懲하고 뒷근심이 있을까 삼가毖노라’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징비록의 자서에 징비록을 쓰는 연유를 그리 밝힘으로써 당색을 떠나 도체찰사로서 전시에 느낀 경험과 사실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하는 의지, 자신의 과오까지도 숨기지 않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삼독으로 이끈 을유문화사의 징비록은 표지부터 고전의 무게가 느껴지는 색감과 무게가 좋다. 징비록의 의미를 표지부터 담고 있달까. 간결하고 담백한 역자의 해제가 책의 말미가 아니라 제일 먼저 나와 좋은 이정표가 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1권, 2권, 녹후잡기 각 권 이후에 나오는 원문이 실린 것이다. 득음도 달려있어 당시의 기록을 한자로 읽어보는 일이 굉장히 즐겁고 신기한 경험이며, 마치 저자와 필담을 나누는 느낌도 들었다. 원문 옆에는 본문의 페이지도 기록되어 있어 찾아보기 좋다.
다만, 삽입된 참고 그림이나 사진이 흑백이라 아쉽다. 물론 책을 만드는 과정을 고려하자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징비록에 대한 TMI가 좀 더 들어간 부록이 색인 뒤에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 점도 아쉽다.
그럼에도 ‘초간본’의 의도를 최대한 살린 유려한 번역을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에서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책처럼 기록에 충실한 을유의 징비록은 역시는 역시구나 싶다.

국보 132호 징비록.
주변국과의 외교, 전투와 보급, 명장 이순신, ‘오성과 한음’의 이항복과 이덕형, 100명의 위인들에 나온 ‘잘 싸운다’ 곽재우, 문학가로 알려진 송강 정철 등 굉장히 많은 인물에 대한 기록과 평가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징비록이 아직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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