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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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94년까지 쓰인 총 46편의,
그 속에 보석같은 미출간 원고가 포함된 의미 깊은 개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님의 글은 매년 꾸준히 읽게 된다. 모임의 형식이나 성격이 전혀 달라도 꼭 읽게 되는 작가라니, 필독 혹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일 처음 읽었던 박완서님의 작품이었던 『아주 오래된 농담』부터 작년 7월 그믐에서 다정한 책방과 함께 한 6개월 프로젝트 한국작가들에서 만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까지. 옛날에는 이랬구나, 하는 감상과 여인의 삶에 대한 공감 등 이야기 듣듯 읽어 재미있고 좋았다. 처음에는 마냥, 그런 기대로 시작한 이번 책,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였는데, 그땐 깊은 울림이 남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는 ​작가님 개인의 일상과 이야기를 더욱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작가님에 대한 감상이 더욱 깊어졌고 작품과 표현들이 소중해졌다. 앞으로도 내내 손끝 닿을 곳에 자리할 책들이 되겠구나, 든든하다.

시대를 건너도 잃지 않는 동시대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 그 속의 표현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고민과 방향에 대해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하는 기준이나 지침이 될 수 있을 공감의 문장들이 곳곳에 있다. 그 지침의 바탕은 상대와 상식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그때도 좋았던 것은 지금도 좋아서 따르고 행하라는 다그침도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 새 잊고 살았구나, 반성케하는 어휘와 의미들도 많다. 말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국어사전 앱을 찾아본 낱말들과 표현들이 수없이 많았다. 어느 새 내게서 사라진 말들, 표현들, 의미들을 되살려 준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마침내, 결국, ‘함께 하는 것’이 이루어야 하는 바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관계의 태도와 언어들. 특히 작고 여려 놓치기 쉬운 이름들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져 나도 그 속에 같이 품어져 다독이는 손길을 받는 듯했다. 그 다독임 속에서 적당한 온도의 표현들이 필요한 이유를 은근히 배울 수 있기도 하고, 은은한 응원과 다그침으로 애써보게끔 한다. 자칫 관계에 대한 귀찮음을 성격유형이나 연결고리의 유무 등으로 ​뭉텅뭉텅 넘어가지 말라고, 내가 너에게 한 것처럼 너도 들여다보고 들어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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