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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12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평점 :
- 본 글은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요즘 날씨처럼 바람이 세차게 불고 추운 날에는 묵직한 스릴러가 당길 때가 있다. 데이비드 발다치라는 이름은 정말 믿음직한 선택지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전작 <6시 20분의 남자> 에서 월스트리트의 화려함 뒤에 숨은 추악한 민낯을 고발했던 트래비스 디바인이 이번에는 메인주의 아주 작고 외딴 해안 마을 '퍼트넘'으로 우리를 데려가는데, 제목인 <경계에 선 남자> 처럼, 책을 읽는 내내 나랑 디바인은 함께 진실과 거짓, 그리고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있는 기분이 들게 한 책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6시 20분의 남자> 를 읽어보지 않아서 이 책을 읽어도 되나 약간 망설였지만 아마존 베스트셀러이기도 하고 80개국에서 45개 언어로 출간이 되었다는 소리에 혹해서 역시 읽어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 읽어보기도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 책이 왜 '페이지 터너' 라고 불리는지를 직접 체감을 하게 되니깐 나도 모르게 책이 그냥 넘겨지기 시작했다. 소설의 시작부터 정말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것 같은 화끈한 액션으로 포문을 열면서, 기차 안이나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난투극들은 정말 눈앞에서 생생하게 우당탕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찰지게 묘사돼 있었다. 그래서 손에 땀을 쥐며 보게 만들 정도니,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동시에 터지는 그 짜릿함이 아직까지 느껴지는 듯 했다.
사건의 발단은 CIA 요원 제니 실크웰의 의문의 죽음이다. 자신의 고향 마을 절벽 아래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평화롭던 소도시는 발칵 뒤집히는데 디바인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퍼트넘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마을, 들어가자마자 공기부터가 심상치 않고, 주민이 300명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곳인데, 겉으로는 친절해 보여도 외지인인 디바인에게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폐쇄적인 분위기가 정말 압도적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누군가는 알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침묵의 벽', 경찰부터 마을 유지들까지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묘한 위질감 속에서 디바인은 단 한 명의 조력자도 없는 완벽한 고립 상태에 빠져버리게 된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디바인이 특유의 냉철한 분석력과 군인 출신의 강인함으로 하나씩 헤쳐 나가는 과정이 이 책을 읽는 진정한 묘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발다치는 역시 거장답게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지 않고 디바인이라는 한 명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밀어붙여서 독자인 우리도 헷갈리지 않고 오로지 그가 마주하는 긴장감에만 쏙 빠져들 수 있게 이야기가 구성이 된다.

사실 액션부분도 좋았지만, 나는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그 '안개 같은 비밀'에 더 눈길이 간 부분이 있다. 평생을 바친 터전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집이나, 비극적인 사고 때문에 시간이 멈춰버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마음이 무겁게 느껴졌다. '가족' 과 '공동체' 라는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울타리겠지만, 때로는 진실을 묻어버리는 견고한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살짝 가슴이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이었다. 쇠락해가는 마을 이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과 과거가 현재를 뒤흔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디바인이 느꼈을 그 쓸쓸하고도 단단한 성취감에 깊이 공감도 들었다. 우리도 살다 보면 세상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서거나, 스스로 만든 경계 안에 갇혀버릴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 소설은 차가운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실은 때로 마주하기 고통스러울 만큼 비극적이지만, 그래도 그걸 똑바로 바라보는 용기만이 우리를 진짜 자유롭게 해준다는 걸 알게 해주는 것 같았다.
촘촘하게 짜인 복선, 숨 막히는 긴장감,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진한 여운까지. <경계에 선 남자>는 올겨울 나에게 가장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물해준 것 같았다.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한 스릴러 책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질문하게 만드는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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