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수염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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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소설은 우선 흥미롭게 시작되고 있어 독서에 속도가 붙어 좋았다. 그리고 빠르게 보고 난 뒤엔 폴 오스터의 소설이 떠올랐다. 굳이 꼽으라면 <뉴욕삼부작> 정도가 비견되지 않을까 싶은 개인적 생각이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유행이라 할만큼 자주 보이고 또한 돌려 말하자면 꽤나 인기도 있나보다. 물론 시선을 끌게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는 생각이기도하다.

어느 날 갑작스레 '나'의 이름이 타인들을 통해서 그 이름이 아니다, 라고 가정했을 때 '나'의 황당함이란 이루 표현하기 벅찰정도이리라. 여지껏 길러왔던 콧수염을 타인들은 기르지 않았다고, 살아계신 지난 주에도 뵈었던 아버지가 이미 고인이 되었다하며 얼마전에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다고 하는 이 소설의 일화는 자신이 길들여진 기억과 추억에 흠집을 내게하고, 필시엔 존재자체의 위기를 심는데 충분하다고 본다. 만약 주인공이 나라면, 나는 어찌 하였을까. 태연자작하게 그것을,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추억과 변화무쌍한 삶의 기억들을 받아들일수 있을것인가.

주인공은 자신이 가슴에 담아둔 기억들,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하였던 추억들이 왜곡되면서 이 세계, 그가 몸 담고 있는 장소에서 위협을 느끼고, 읽는 독자는 그 황당함과 고립무원, 사고무친의 상황을 음미하면서 현 시대의 그로테스크함을 엿 볼수 있을것이다.

다만 화해할수 없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결말, 기여 죽음으로 치닫게 해야만 했던가.. 하는 결말을 접하고 씁한 침을 꿀꺽 삼켜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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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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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대학시절 재밌게, 딴은 눈물도 흘리면서 읽었던 기억이 어느 날 되살아났다. 바로 열린책들이란 출판사에서 하드커버로 통통하고 작게 새로나온 그것을 봤을때였다. 고민고민하다가 책이 너무 귀여워서 사고야말았다. 사실 내용은 다 알고있었고, 또 유명하니만큼 두 어번 읽었더랬는데, 구입하니 나름대로 뿌듯하기도했다.

이 책은 스태디셀러거니와, 혁명권에서는 교과서적인 내용, 감동이거니와 누구나 쉽게 읽을수 있을것이다. 처음에 이 소설과 조우했을때의 경이로움이 너무도 컸던 나는 몇 년후에 다시 읽고는 나의 환상이 얼마나 대책없이 과장되었던가를 씁스레 알게되기도했지만, 이 소설이 유치로 떨어진다거나 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닐로브나라는 평범한 공장지역의 중년부인이 아들의 새롭게 지평을 여는 세계, 그곳에 모정으로 끌려 자신이 주체를 가지는 과정은 감동도 감동이지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순수함을 보여주는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다시 말하지만 책이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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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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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속도감이 붙어서 좋았다. 그리고 무난하게 읽히며 소재(몰리나가 발렌틴에게 들려주는 영화이야기들)도 마음에 들었고, 테두리속에서 잘 융해된 느낌이 들었다. 또한 게이를 다루면서, 기왕에 나왔던 소설보다 좀 더 신중한 기한 작가의 노력들이 보이는듯했다. 그것은 중간중간의 전문 각주가 증명되지 않을까싶다.

감옥안에서 게릴라와 게이의 만남은 어찌 보면 정말이지 환상적이다. 그리고 웃음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코믹한 점도 있다. 더군다나 영화로도 만들어진것을 보면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잘 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책 자체에 불만이 좀 있다.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의 책은 보통 소설책보다 너비가 좁기때문에 보기가 불편하다. 또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번역의 문제일것이다. 이 소설은 유명하기에 등장인물의 성격은 이미 알고있었다. 예를 들어 몰리나는 낭만적인 게이이고, 발렌틴은 냉소적인 게릴라이다.. 하지만 소설을 보면 냉소적인 발렌틴은 냉소적인 면이 두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화체의 말들은 아주 어색해 보인다.

아이러니한것이 이 책의 뒷부분의 번역가겸 교수들의 말이다.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이런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에서 거친부분이 자주 보였던것이 옥의 티였다. 그러나 원작이 훌륭하기에 충분한 방패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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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의 사나이 그리폰 북스 16
필립 K. 딕 지음, 오근영 옮김 / 시공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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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하도 딕에 관한 얘기를 해서, <블레이드 러너>를 보려했지만 쉽게 구할수 없었다. 해서 꿩대신 닭이라, 이 책을 구입했고, 책을 덮은 후의 느낌은 아니, 보는 중간중간에 내가 무엇을 했던가.. 하품하며 어서어서 넘기려는 마음외엔.

SF소설이라하면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연상되는 말들이 무엇인가. 긴박감, 큰 스케일, 환상적이라는것들.. 이 책엔 존재하지 않는듯하다. 그리고 살아있는, 생생한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또한 사건과 사건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다른쪽으로 구상했어도 이렇게 허무하게는 끝마치지 않았을것이다. 스웨덴사람이라며 가면을 썼던 독일인의 계획이란 거창하기만 했지, 어떠한 긴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숫제 왜 저런 사건을 굳이 쓰고 있냐할 정도.

진흙속에서 연꽃이 피어난다 하였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자는 아름다운 것만을 보며, 추한것도 아름답게 승화할줄 안다하던가..

줄리아나라는 유태인 전처가 '높은 성의 사나이'에게 독일군들이 그를 죽이려할것이란 정보를 좇아 그를 찾아가는 내용은 개중에서 독서에 속도가 붙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했더랬지. 진실을 아는 자는 나뿐이다.. 그 누가 진실을 보았는가. 진실이 무엇인지 아는 자는 또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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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체험
오에 겐자부로 지음 / 소학사(사피엔티아)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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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의 아들이 기형의 쌍두아(정확히 말해서 뇌 헤르니아)라는 것부터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보인다. 풀어본다면 쌍두아란 샴 쌍둥이처럼 하체는 하나이되 머리는 두 개가 있는, 행동은 하나일수밖에 없으나 행동을 지시하는 뇌는 두 개가 존재하는 그로테스크하거니와 여간의 아이러니가 아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아들의 씨를 뿌린 스물 일곱살이지만 마흔이란 퇴행의 체력을 지닌 버드. 그는 괴물을 낳은 아버지라 스스로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봉쇄하고서, 근본적인 부끄러움이라 생각되어지는 성적인 갖은 쾌락으로 순간을 덮어두려 애쓰는 모습이 책의 주요 골자일것이다.

일본문학하면 사소설일것이고 보면, 흥미를 돋우는 스토리가 아니다하는 선입견을 가졌고 전혀 근거없는 생각은 아닐것이다. 사소설이란 주로 일인칭서술로 나아가며, 심리적이나 특히 일본문화주류의 한 가지인 심미주의적인 면이 강해서 어렵고 관심마저 멀어졌었는데, 겐자부로의 <개인적체험>은 그런점에서 비켜서 있는 소설이라 할것이다.

먼저는 주인공 버드에게 매료되지 않을수 없는 나였다. 그의 행동이 직선으로 본다면 파렴치하고 인간의 탈을 쓴 악마로 보일수도 있을것이나, 핵문제로 떠들썩한 세상이나, 바쁘고 분주히 삶의 바퀴를 굴리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한 사람들의 세상사에서 벌어지는 다사다난한 삶들을 견주면, 그리고 멀리 갈것없이 나를 돌이켜본다면 버드는 이른 바 '나'의 대리인이나 친구나 가족처럼 느껴지곤한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역자도 작가도 논했던 결말 부분이 조금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해피엔딩으로 마치는것은 희망이란 슬라브어와 일치하여 그럴듯하지만, 버드의 아들에대한 책임으로부터의 탈출하려는 이를테면 뼈대를 이루는 부분들의 감동을 해피엔딩을 보여줌으로서 무화시키고 있지나 않은가.. 기울어져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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