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청할 곳이라고는 아무 데도 없는 절대 고독의 땅이다. 그래서 용감한 정신을 지니게 되고, 좋든 싫든 두려움이란 치명적인 약점이며 구원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배운다. 오직 이런 생각만이 꿋꿋하게 남아 있다.-29쪽
위험 속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30쪽
온화하고 향긋한 고요함. 갑자기 크레타 섬 전체가 마음속에 떠올랐다.-109쪽
당신이 찾고 있는 그 메카는 당신의 마음 속에 놓여 있다.-152쪽
나는 알함브라에 들어갈 때 몸에서 전율을 느꼈다. 내 눈은 바로 앞에 펼쳐진 기적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호리호리한 기둥들과 천상의 아치들, 그 디자인과 색깔들, 안뜰, 물, 이 모두가 나에게는 상상희 환각처럼 보였다. 나는 바람을 불게 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것들은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나는 믿을 수 없는 동양의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 영혼인 셰에라자드가 천일야화를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녀가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동안, 죽음도 뒤로 물러나 있었고, 그녀를 덮쳐 말을 못하게 하지 않았다. 죽음도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둥들 사이를 지나칠 때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모든 피비린내 나는 전설은 예술의 투명한 막을 통해 피 한 점 없는 상징적인 의미를 취하고 있었다. -153쪽
알함브라의 입구를 지나 햇볕 속으로 물러나자 몸이 떨렸다. 갑자기 어떤 경이로운 세상에서 또 다른 경이로운 세상으로 나온 것 같았다. 지구상의 그 어떤 문도 그토록 서로 다른 두 개의 세상을 분리하지는 않는다. 도대체 어떤 것이 실제 세상일까? 어디가 동화 속이고 어디가 실제 삶일까? 그리고 일상생활의 잔인한 투쟁과 머리 안에서 태어난 굳은 이치, 즉 필요성 너머의 보이지 않는 이론을 어떻게 합칠 수 있을까?-160쪽
위대한 서정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시구로 우리의 피투성이 스페인 체류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나는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내 희망을 그 주머니, 내 심장에서 꺼낸다. 나의 그것과 함께 장미 사이를 걷고 딸처럼, 동생처럼, 애인처럼 쓰다듬는다. 굶주린 듯 나는 그것을 숭배하고 다시 홀로 잠가 놓는다.-300쪽
1957년(74세) 엄청난 인파가 몰려 그의 죽음을 애도함. 뒷날, 묘비에는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준비해 두었던 비명이 새겨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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