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로지 월쉬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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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 로지 월쉬 장편소설 / 알엔케이코리아





언제부턴가 사랑,이란 오글거림에 로맨스를 멀리했다. 이것또한 우리의 삶인것을, 그 자체를 비현실이라 치부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사랑이야기 앞에서 나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로지 월쉬의 데뷔 소설인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과 삶을 아무런 거부감없이, 어떤 생각을 할틈도 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저 그들의 다음이 궁금할 뿐이었다.



에디와 사라는 첫눈에 호감을 느꼈고 함께보낸 일주일사이, 서로에게 확신을 느낀다. 이미 정해진 서로의 스케쥴때문에 잠시 떨어지면서도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서로를 떠나자마자 에디에게 쉼없이 연락을 취하는 사라에 반해 에디는 묵묵부답이다. 마치 세상에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느낌이랄까. 기다리다, 원망하다, 걱정하다 결국 집착해서 에디를 찾아나서는 사라, 그들사이엔 첫눈에 반한 사건보다 더 큰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가면 어쩌나,하는 나의 염려와 달리 작가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어린날의 사건과 상처부터 현재까지. 원래 사람이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느것하나 그냥 만들어지는 법이 없으니까. 충분히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물론 그 과정은 아프고 힘들다. 지나고나서 보면 그땐 그랬지,라고 하는것도 그 당시는 결코 이겨내지 못할 막막함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앞에서 어쩔수없이 나를 떠올린다. 처음엔 늦은 나이에 인연을 만난것에 대해,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미쳐 정신나간 행동을 하는것에 대해, 세상을 다 잃은듯 구는 것에 대해, 모든 행동을 해놓고 후회하는 것에 대해. 그들도 나도 같구나, 라는 생각. 소설속에서 나를 찾고, 그들에게 이해받는다. 물론 그 마지막은 각자의 삶이라서 결이 다르지만 중간중간 우린 서로를 위로한다. 그런게 소설의 묘미 아닐까.



예쁜 표지, 촘촘한 구성, 자연스럽게 흐르는 전개 등 선선한 가을날 부담없이 읽어볼만한다. 그 사이 나도 모르게 나의 과거를 떠올리고 혹여 아직 놓지 못하고 보내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놓아줄 수 있을것이다. 삶이란, 다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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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 - 서양심리학 vs 동양심리학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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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와 이드는 프로이트 이전부터 동양에 있었다 / 진혁일 지음 / 보민출판사





이 책의 저자 진혁일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어려서부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가위에 잘 눌리던 것을 계기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스스로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을 비롯해 철학, 역사, 종교, 문학, 예술, 신화, 천문학, 수학 등 다양한 학문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저자의 소개에 되어있다. 특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자아와 이드 즉, 서양심리학은 원래부터 동양심리학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내용인만큼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리학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제1장은 서양심리학 개론인데, 뒤에 나오는 동양심리학개론보다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마 대학교 다닐때 교육학쪽으로 공부를 잠깐 했었고, 그때 나왔던 학자와 이론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런듯하다. 흔이 우리가 익숙한 프로이트를 시작으로 칼 구스타프 융까지. 여기저기 조각조각 알고있던 내용들을 간략하게나마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 좋았다.



제2장은 동양심리학 개론이었는데 나의 경우 이 부분이 상당히 어려웠다. 서양심리학에서 등장하는 용어는 책 여기저기서 들어본 단어들이 많았고 따라서 그 단어들이 하나로 정리되는 내용이었는데 동양심리학은 단어부터 생소하니 내용은 다소 어려웠다. 이 부분에선 초급자를 위해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그럼에도 고 이병철 삼성 그룹 창업주의 사주를 비교하며 설명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병철 스스로가 사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마지막 제3장은 순자의 화성기위로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 자기계발과 관련 앞으로 어떻게 목표를 세우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거기에 각 챕터마다 사이사이 저자의 또다른 저서 죽은 시인의 사회에 실려있는 자기계발관련 시가 실려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어려운 내용임에도 최대한 쉽고 흥미롭게 표현하려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특히 평소 나처럼 동서양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할지라도 이 책을 읽어보면 어렴풋이나마 개념을 알게되고, 자신이 좀 더 관심가는 부분에 대해 더 알고싶은 욕구가 생길것이다. 어렵고 생소한 단어의 등장에 당황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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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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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죽였다 / 정해연장편소설 / 연담L

 

<내가 죽였다>는 정해연의 추리소설로 2018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내용은 촘촘하고 흥미진진했으며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느낌과 함께 혼자 열심히 추리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변호사지만 위험보단 안정을 추구하는 김무일. 맡는 사건이라곤 소위 불법 파일 업로드하는 사람들을 역으로 등쳐먹고 살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따윈 절대 맡고싶지 않지만 어쩌다보니 현재 세들어사는 건물주 권순향의 사건을 맡게 된다. 그는 자수를 하고 싶다는 의뢰했다. 7년 전,자신은 한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누군가의 의해 자살로 위장되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죄값을 받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권순향은 산건 의뢰 후 다음날 죽음을 맞이하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진다. 이에 김무일은 고등학교 동창인 여형사 신여주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진행될수록 누군가 다치고 죽어나가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제는 한차례 이슈가 된 공권력,에 대한 조금은 뻔한 이야기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흐름이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르다는걸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읽으면 읽을수록 조바심이 난다. 과연 이들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두근거리게 된다. 물론 그 끝은 내가 예상한 것과 닮은 듯 다른 모습에 놀라기도 했지만.

 

처음에 언급했듯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모습 그대로 화면으로 보여지면 좋을 것 같다. 내용은 가볍게 읽기 좋은 구성이지만 여운은 진하고 오래 남아있다. 역시 우리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잘 넘어가지 않는 책장 때문에 고민스러워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촘촘한 내용에 빠른 전개에 언제 책장이 넘어갔는지 모르테니까. 누구라도 분명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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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요즘 저는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그걸 했던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 시간의 의미가 타인에 의해서 판결되는 것이야 말로 나 자신에게 가혹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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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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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책 읽기를 페미니스트와 슬픔에 대해 하고 싶다고 선언했다. 관심분야에 대한 이야기인데, 막상 말해놓고 보니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각종 매체를 통하여 '페미니스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연일 쏟아져 나왔다. 서로 비난하고,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들이 더해졌다. 뭐랄까,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화장도 안 하고 여성스럽지 않으며 못생긴 뚱뚱한 여자라는 인식. 예쁘장한 여자가 저 '페미니스트예요.'라고 하면 '너같이 예쁜 애가 왜?'라는 반응들. 어디 가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말하기가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격하게 공감했다. 맞아, 나 역시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사실 불편한 게 많아,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글 쓰는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해 본 적은 없었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으냐를 떠나서 페미니스트라는 수식어는 어쩐지 나를 위축시켰다. 나는 그렇게 자신을 지칭한 이후 내게 쏟아지는 시선이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이 옳다고 설득하여 그의 생각을 바꾸려 애쓰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대화는 아니었다."(5~6쪽)

페미니스트에 대해 알고 싶다가도 막상 그것이 무엇이냐 질문하면 딱히 말해줄 수 있는 게 없다. 나 역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은 나조차도 당연하게 생각한 부당함이나 불편함이 많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온 사실들,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부터 시작이란 걸 알면서도 제대로 보려 하지 못했다. 특히 나의 입장은 저자의 남편과 비슷한 지점이 많았다." 이 정도면 많이 나아진 세상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예전보다 이해를 맣이 해주잖아." 등. 그것은 이전과 비교가 아니라 원래 그렇게 되어야 했었던 일들임에도 우린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득 명절 우리 집의 풍경이 생각났다. (세상의 잣대로) 나이가 꽉 찼음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앞으로도 할 마음이 없는) 나는 당연히 부모님댁으로 간다.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둔 남동생, 그의 아내는 나와 동갑이다. 우리 둘이 명절에 집에 가면 위치나 자세가 많이 틀리다. 나는 당연히 설거지도 음식 준비도 안 하는 '딸'이고, 가끔 도와주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딸'이다. 동생의 아내는 설거지도 음식 준비도 당연히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어설프거나 못하면 아직 일에 능숙하지 못한 '며느리'인 것이다. 중요하건 그 사실에 대해 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당연히 자신의 집보다 먼저 우리 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야 하는, 당연히 우리 집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자기 집에서는 귀하게 자랐던 며느리들이 시댁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서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데, 남자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좋은 남편, 자상한 남편이 된다. 그 가운데서 며느리는 '남편 잘 만나고' '시집 잘 온' 여자가 되는 것이 또 우스운 일이다. 집안일을 나눠 하는 것은 복덩이 남편을 만난 덕분에 얻은 혜택이 아니라, 공정하고 당연한 일인데.(49쪽)

몇 년 전 엄마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집은 종교적 성향이 불교인데, 당시 나는 교회를 다니고 싶었다. 기암 할 엄마를 알기에 애 둘러서 여쭤본 적이 있다. "엄마, 만약 내가 기독교 집안으로 시집가게 되면 어떻게 해? 반대할 거야?" 당시 우리 엄마의 대답은 "너야 어차피 시집가면 그 집식구가 될 사람이니까 괜찮은데, 네 동생은 며느리가 들어오는 거니까 절대 안 된다."라고 했다. 나의 반응은 오, 우리 엄마 의견 신박한데?였다. 나는 된다는 사실에 끄덕끄덕, 하나는 허락해주니 깨인 엄마인가,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차별 중에 차별이었다. 나는 시집을 가고, 며느리는 시집을 오고, 나도 며느리도 처음부터 누군가의 딸인데.

저자는 목덜미 잡는 시부모님께 하나씩 의문을 제기하며 싸워나간다. 이때 되려 걱정하고 질책하는 건 친정 부모님이다. 자식 교육 잘못시켰다고 비난받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아야 한다. 별나다고 욕해도 다소 불편해도 서로가 껄끄러워진다 해도 하나씩 의문을 제기하고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비로소 평등한 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여성 혐오는 사적적인 느낌의 '증오하고 싫어한다'라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 현상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여성의 한계를 긋거나, 성적 대상화하거나, 모성을 의무화하고 신성화하는 흔한 일들이 모두 여성 혐오이며, 김치녀라는 비하만큼이나 개념녀라는 칭찬 역시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평가하고 대상화하는 행위다."(106쪽)

칭찬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조차 우리를 평가하고 대상화한다는 사실을 아는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좋은 건 그저 좋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런 불편한 시선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바꿔 나가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이라기 보다, 다 같이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명확히 설명 안되는 불편함에 대해' 알아가고 바꿔나가는 것 말곤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이야기가 불편한가, 그것이 불평등한 세상에 익숙해서 그런 것이다. 이젠 불편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바꿔 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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