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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 에이징 - 노화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뇌과학의 힘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이은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거의 모든 사람들은 늙고 싶지 않아 한다. 분명 사람들 사이에서는 젊음을 숭상하는 분위기가 있다. 젊음은 무한한 가능성과 활력을 동반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늙는다는 건 그 가능성들을 조금씩 잃어버리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것인 양 치부된다. <석세스 에이징>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노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들을 깨고, 나이들어 가는 몸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법들을 알려 준다. 표지에 쓰여 있듯 이 책은 노화를 신경과학, 심리학, 그리고 뇌과학의 관점에서 집대성한 책이다.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다 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몰입하게 된다. 어려운 내용들 속에서도 재미있고 인상적인 이야기가 꽤 많다. 예를 들어 1부의 초반부에서는 사람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책에 따르면 성격의 5대 요인은 외향성, 우호성, 성실성, 정서적 안정성 대 신경증, 경험에 대한 개방성 + 지적 능력이라고 한다. 성격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한 사람이 어떤 노년기를 보내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그리고 지적 능력이나 호기심이란 그 사람이 새로운 것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말한다.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거나 이전부터 하던 창조적인 활동을 계속함으로써, 정체되지 않고 활력 있게 살아가는 것은 장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개방적인 사람은 대체 의학이나 사이비 의학에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죽을 수도 있다. 이런 내용들이 아주 흥미로웠다. 1부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뇌와 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기억이란 무엇인지, 지능이란 무엇이며 정말 나이가 들면 지적 능력이 퇴화하는지, 행복과 같은 개인적 정서와 사회적 요인이 노화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 재미있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쉽게 말하자면 건강하게 늙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주 간단하게는 우리가 모두 다 알 만한 말들로 요약할 수도 있다. 생체 리듬, 식습관, 운동하는 습관과 수면이 노년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생체 리듬에 관한 내용이 조금 생소하게 받아들여졌다. 사람마다 고유한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사실은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어떤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침형 인간이고, 어떤 사람은 저녁형 인간이다. 그 리듬에 맞춰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게 우리의 신체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출근이나 등교, 다른 많은 일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가 추구하는 고유의 리듬을 찾아 생활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체 리듬을 찾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2부에 그 방법이 실려 있으니 실험 삼아 실행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식습관이나 수면, 운동과 관련된 많은 조언들은 언제나 내 한쪽 귀로 들어와서 반대쪽 귀로 빠져나가곤 한다. 그러나 운동과 관련된 내용에서는 아주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도 뇌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의자에 앉아서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주기적으로 피트니스 클럽에 다니거나 트레이너와 운동하는 게 좋겠지만) 한 번씩 의자에서 일어나 방을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에는 활기찬 노년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예시로 소개되어 있는데, 그들은 대부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수면과 관련한 내용들을 읽으면서는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불면증이나 수면 부족이 알츠하이머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내용을 읽었기 때문이다. 달라이 라마는 매일 하루에 9시간씩 잠을 자는 걸 건강의 비결로 꼽았다고 한다. 현대의 한국인들이 하루에 9시간씩 자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저자는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요법이나 약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3부는 인간의 수명에 대해, 그리고 노화를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정해진 수명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간의 수명이 무한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한다. 인간이 굳이 무한히 살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수명에 관련된 연구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 건 확실하다. 책을 읽다 보면 늙음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을 깰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늙는다는 것과 같은 당연한 사실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늙어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늙어서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두께가 두껍고 어려운 것처럼 보이는 책이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 특히, 늙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아주 인상 깊게 읽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