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 - 나를 깨닫는 일기 쓰기의 힘
고가 후미타케 지음, 나라노 그림, 권영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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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숙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일기를 써야 했다. 저학년 시기에는 그림일기, 조금 학년이 올라간 뒤에는 줄글 일기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 쓰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 학생도 아니었는데 일기 숙제는 유독 별로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는 일기 쓰기에 대한 책이다.

이야기는 주인공 '문어도리'가 사는 바닷 속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문어도리는 학교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소년이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는 없고, 때로는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문어도리는 그런 상황을 참다못해 어느 날 학교를 지나쳐 공원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소라게 아저씨를 만나 일기 쓰는 법에 대해 배워 간다.

어릴 때도 일기를 썼고 커서도 이따금 종이나 블로그에 일기를 써 본 사람으로서 공감하게 되었던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일기가 단지 사실을 건조하게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모든 내용을 너무 단순하게 뭉뚱그려 쓰게 된다는 것이었다. 과연 어릴 때 일기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요약되었던 것 같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맛있었다. 나가서 놀고 점심 먹고 TV 보다가 저녁 먹고 잤다. 참 재미있었다." 책에서는 이런 일기가 나오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사고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아침 식사가 맛있었다면 뭐가 맛있었는지, 왜 그게 맛있다고 느꼈는지, 참 재미있었다면 특히 어떤 점이 재미있었는지, 재미있는 하루를 겪으면서 내가 뭘 느꼈는지 깊이 사고하지 않고 일기를 쓰면 이렇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일기를 쓸 때뿐 아니라 말을 할 때도 쉽게 겪는 일이다. 관성적으로 쓰는 표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말들이 늘 있다.

일기에 불평불만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놓으면서 오히려 좋지 않은 감정을 떨쳐내지 못하게 되기 쉽다는 내용 역시 공감이 갔다. 글을 쓰면서 기분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계속 좋지 않은 감정을 곱씹게 되는 일이 꽤 자주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라게 아저씨의 대사를 빌리자면 이렇다.

"지금 드는 부정적인 감정을 이미 지나간 과거의 감정으로 바꾸는 거야."

"...다른 사람 험담을 쓰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써도 괜찮아. 단, 과거형으로. '날치나는 진짜 재수 없어.' 라고 쓰지 말고 '날치나는 진짜 재수 없어, 라고 생각했다'라고 쓰는 거지. 마치 이미 해결된 것처럼."

간단하게 보이지만 스스로가 느낀 감정과 거리를 둠으로써 그 감정에 대해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에 이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과 해결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하라는 부분도 아주 유용하게 느껴졌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괴로워해도 달라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문어도리는 일기를 꾸준히 쓰고, 사이가 멀어졌던 옛 친구와도 다시 연이 닿게 되고, 자신이 마주했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가게 된다. 문어도리와 함께 독자인 나 또한 성장하게 된 느낌이었다. 한동안 블로그에 일기를 쓰다가 귀찮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쓰지 않았는데,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너에게>는 다시 일기를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린이들, 청소년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지만 학부모, 교사, 그냥 일기 쓰는 법을 다시 익히고 싶은 성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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