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윙 엠피리언
레베카 야로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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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함께 자랐다. 나와 함께 나이를 먹는 주인공들, 환상적인 배경과 도사리는 위험, 가지각색의 마법, 인물들의 우정과 사랑 같은 요소들은 당시 내 또래라면 좋아하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서는 헝거 게임 시리즈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저 두 시리즈를 한창 즐기던 시절에 비해 많이 어른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판타지와 로맨스, 드래곤과 마법, 음모와 혁명 같은 것들은 내 가슴을 뛰게 하기 충분하다. 600페이지가 넘는 <포스 윙>을 하루 만에 다 읽어 버렸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포스 윙>은 주인공 바이올렛이 바스지아스 군사학교라는 곳에 입학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학생들은 힐러 분과, 서기 분과, 보병 분과, 그리고 라이더 분과로 나뉘게 된다. 바이올렛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서기 분과에 입학할 생각으로 살아왔으나, 모종의 이유로 가장 위험한 라이더 분과에 가게 된다. 라이더 분과의 학생들은 드래곤을 타고 적들과 싸우는 드래곤 라이더를 목표로 훈련하게 된다. 작중의 설정에 따르면 수많은 학생들이 드래곤 라이더가 되기도 전에 입학 시험 중, 훈련을 받다가, 대련을 하다가, 혹은 드래곤에게 죽어 나간다. 신체적으로 작고 약한 바이올렛은 자기만의 무기를 이용해 각종 시련들을 열심히 돌파해 나간다.

로맨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그 상대로 먼저 바이올렛의 소꿉친구였던 데인이 있다. 데인과 바이올렛은 당연하다는 듯 같이 자랐고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사이로 묘사된다. 그랬던 데인이 학교에서는 바이올렛의 상급생이다. 데인은 바이올렛을 지켜 주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바이올렛이 잘 아는 친구로서의 모습과 멋진 상급생으로서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 준다.

다른 상대로 제이든이 있는데, 제이든은 전형적인 '위험한 남자' 유형이다. 바이올렛과 제이든의 가족은 서로 악연으로 얽힌 사이로, 바이올렛의 언니인 미라는 바이올렛에게 제이든을 조심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제이든은 바이올렛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나쁜 남자에게 빠져드는 여주인공의 루트를 충실히 따라간다. 제이든과 바이올렛은 사사건건 부딪치며 더 깊이 엮이게 된다.

<포스 윙>은 600페이지가 훨씬 넘는 책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뒷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면서도 궁금해진다. 바이올렛이 입학 시험을 어떻게 이겨낼지, 어떤 드래곤에게 선택을 받을지, 데인, 그리고 제이든과의 관계에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이 모든 인물들을 아우르는 세계의 거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굴러갈지... 수많은 떡밥과 복선,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한데 맞물려 책을 놓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이야기를 가장 흥미롭게 만드는 건 제이든의 존재다. 제이든은 처음부터 아주 매력적인 남자로 묘사되지만, 바이올렛은 그에게 강하게 끌리면서도 그를 믿어도 되는지 좀처럼 확신하지 못한다. 제이든은 작중 '반역자' 였던 자들의 자녀 중 하나로(반전이 아니라 소설 매우 초반부에 언급되는 부분이다), 장군의 딸인 바이올렛(이것도 소설 매우 초반부에 언급된다)이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독자 역시 제이든을 둘러싼 비밀이 언제쯤 어떤 형식으로 밝혀질지 긴장하면서 읽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는 언제 다음 권이 출간될지에 관해 벌써 궁금해졌다. 간만에 학생 시절로 돌아가서 낯선 세계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영상화가 되면 어떤 배우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드래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는 맛' 일지 모르지만, <포스 윙>은 아는 맛이어도 맛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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