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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끊기의 기술 -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거짓 통찰의 함정들 12
헤닝 벡 지음, 장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4년 6월
평점 :
<생각 끊기의 기술>은 제목에서 오는 첫인상(?)과 달리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사고'에 관해 이야기한다. 특히 사람들이 내리는 틀린 판단, 감정적인 오류, 잘못된 착각들에 관해 주로 논하는데, 이런저런 담론과 사회 현상들을 예시로 들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때로는 찔릴 때도 있고 때로는 공감할 때도 있고 때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어 신기해하면서 읽었다.
책은 총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사고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이 틀렸으리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고, 그래서 더 경직된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은퇴 교수들이 사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높은 수준의 교육과 많은 지식은 오히려 사람을 오만하게 만들기 쉽다고 설명한다. 똑똑한 사람들은 설령 스스로가 틀렸다는 걸 알아도 그걸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인상깊은 내용이 많아 중간중간 메모를 하며 읽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12챕터였는데,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나는 평소 꽤 비관적이고 방어적인 사고를 유지한다고 스스로 느끼는 편이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상상한다. 비관주의에도 당연히 장점이 있다. 실제로 나쁜 일이 일어났을 경우에 심리적 충격이 적고, 평소에 준비를 해 오기 때문에 대처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비관주의에 대해 경계하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저자는 비관주의를 '세상의 멸망에 놀라지 않는 것'이라 표현한다. 반면 낙관주의에 관해서는 '세상의 멸망을 저지하려고 애쓰는 것'이라 말한다. '낙관주의자는 세상을 바꾸며 비관주의자는 세상이 그리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한다' 란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비관주의는 우리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과 함께 나타나는데, 즉 통제 성향이 강하고 쉽게 불안해하는 이들이 비관주의자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연구에 따르면 낙관주의자가 비관주의자에 비해 수명이 기며 창의적이고 스트레스에도 더 강하다고 한다. 이렇게 들으면 당연히 낙관주의자가 되는 쪽이 더 좋아 보이는데,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조차 비관주의자나 가질 의문이라서 스스로 웃음이 나왔다.
저자는 그 밖에도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기본적으로는 무언가를 더하는 쪽으로 사고하고 빼는 쪽으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위험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터무니없는 대가를 감당한다는 것, 소수자가 스스로의 신념을 사회에 관철하기 위한 방법 등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오류에 빠지기 쉬운 한 명의 사람으로서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훌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주는 책이라 많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