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가끔 시집을 산다. 되는 대로 아무 데나 펼쳐서 읽으면 참 대단하게도 그 짧은 글이 참 많은 걸 한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짧은 구절에 괜히 기분이 좋아질 때도 있으니 시를 쓰는 사람들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태주 시인의 <지금의 안부>는 책상에 세워 두고 52주 동안 매주 한 편씩 시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시집이다. 계절별로 열세 편. 한 계절이 시 열세 편에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탁상용이기도 하고, 편수가 많은 만큼 평소에 사는 시집보다는 두께와 무게가 좀 있다. 아무래도 책상 위에 있는 물건은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되기 마련이다. 일상 속에 시를 두고 읽고 싶다면 부담 없으면서도 편안한 구성이다.
미리 다 읽어 버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한 번에 다 읽지는 않았다. 넘기면서 제목을 쭉 읽고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펼쳐 몇 편을 읽었다. 나태주 시인을 대표하는 시이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해도 무방한 시 '풀꽃'도 역시 실려 있다. 생소한 제목과 처음 보는 내용의 시들도 있다. 신작들도 실려 있다고 하니 평소에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많이 읽은 사람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대체로 사람과 사랑에 대한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든다. 격정적이고 뜨거운 사랑보다는 잔잔한 사랑이다. 함께 꽃길을 산책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과일을 깎아 주는 듯한 느낌. 그 가운데 이따금 쓸쓸하고 허전한 감정이 느껴지는 시들이 있다. 사랑이 따뜻하고 소중하게 느껴질수록 그 사랑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커질 수밖에 없으니, 두 정서는 결국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시집을 읽고 글을 쓸 때마다 시를 어디까지 인용해도 좋은지 고민하게 된다. 다른 책과 다르게 시집의 시들은 몇 문장을 인용하는 것만으로도 시 한 편을 통째로 들어내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소설로 치면 소설 한 편을 전부 내 SNS에 베껴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좋은 시를 인용해서 누군가 시집을 읽어 볼까 싶어진다면 그것도 성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52편의 시가 실려 있으니 딱 한 편만 인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