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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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참 시의적절한 제목이다. 무난한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 딱 집어들 만한 책. 실제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산뜻한 음악을 하는 남성 인디밴드 보컬의 에세이라니, 무난하고 소위 '힐링되는' 에세이를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막상 이 책을 읽어 보니, 그 예상과 아주 다른 건 아니었지만 내 생각보다는 조금 무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날카롭기도 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세상을 보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유쾌하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소란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디...(지금도 인디라고 해야 하나? 라는 내용도 에세이에 있다.)밴드다. 한국 인디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십여 년 전부터 소란의 이름을 이미 들었으니 유명한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13년 차 밴드라는데 지금도 주기적으로 콘서트를 하고 팬들을 만난다. 책에는 저자의 성장 과정과 소란의 보컬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데뷔 초기의 우왕좌왕했던 시절부터 자리를 잡고 난 지금까지, 나를 울컥하게 했던 가족과 결혼생활,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까지 많은 글이 가지런히 실려 있다.

특히 가족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저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잃었다고 한다. 혼자 아들 둘을 키우신 어머니를 향한 저자의 사랑을 나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군입대를 할 때 어머니는 겉으로 강한 척 하셨지만 친구와 통화를 하며 많이 우셨다고 한다. 아들을 의지하며 매일매일을 버티셨을 텐데, 그런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또 수영장과 관련된 글도 기억에 남는데, 저자는 어릴 때부터 동생과 함께 꾸준히 수영장에 다녔다는 모양이다. 집안 형편이 어려울 때도 수영장에는 계속 다니며 자랐던 이유가 나중에 밝혀진다. 주인집에 얹혀 살며 욕실을 같이 써야 했던 상황이라서 욕실을 사용할 때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샤워실이 딸린 수영장은 비교적 쉽게 씻을 수 있는 장소였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 사실을 나중에 다 크고 나서야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남의 눈치를 보며 자라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어머니가 정말 강하고 좋은 분이라고 느꼈다. 저자는 그런 사랑을 받으며 자라서 이런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이 책은 인디밴드의 역사서(?)로도 어떤 기능을 하는데, 어떻게 소란이라는 밴드가 만들어지고 멤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첫 공연은 어떻게 했고 첫 음반은 어떻게 냈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디밴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다음과 같다.

'인디밴드를 시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트별로 멤버를 모으고, 곡을 만들고, 연습을 한 다음 홍대의 라이브클럽에 오디션을 신청한다. 간단히 합주 영상 정도로 접수할 수 있다. 보통 오디션은 평일 공연과 겸하기 때문에 사실상 즉시 데뷔다.'

이렇게 읽으니 놀랍게도 정말 간단해 보인다. 물론 실제로 여기 적힌 일들을 시도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을 마주할 것이고, 큰 난관이 없다고 해도 여기 적힌 일들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일단 뭘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단 밴드를 만들고, 일단 공연을 신청하고, 일단 인터넷 사이트에서 예매를 할 수 있게 신청하고, 일단 앵콜 공연도 신청하고... 부드러운 사람이지만 심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사람이니까 밴드를 13년 정도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지만 말이다.

여담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왠지 소란 노래를 들어야 할 것 같아서 오래 전에나 몇 번 들었던 소란 노래를 다시 틀었다. '가을목이' 라는 곡의 제목이 특이해서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지 궁금했는데, 놀랍게도 책에 실려 있었다. 무슨 뜻인지는 쓰지 않겠지만 아마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는 소란의 팬들은 물론이고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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