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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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는 유명 PD의 에세이라는데, 저자의 이름이 낯설었다. 하지만 <런닝맨>의 '멱PD'라는 말을 들으니 아, 그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됐다. 책에 딸린 추천사가 쟁쟁하다. 유재석, 이광수, 하하, 김종민이라니. 하긴, 런닝맨이나 인기가요, 가요대전을 연출한 PD라고 하면 유명인들과는 아무렇지 않게 형 동생 하며 지내는 사이일 것이다. 실제로 책에도 유재석에 관한 한 가지 일화가 실려 있다. 읽는 사람의 재미를 위해서 여기다가 쓰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 일화를 읽고 이런 생각을 했다. '와...진짜 독하다. 유재석이 괜히 유재석이 아니구나...'

저자는 꽤 특이한 과거(?)를 보유하고 있다. 저자의 대학 시절 학부는 일단 전기전자전파공학부. PD라는 직업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실제로 취업준비를 할 때 삼성전자와 SBS를 같이 썼는데, 둘 다 됐다고 한다. 한 군데도 붙기 힘든데 두 군데나 붙다니. 그리고 삼성을 걷어차고 방송국을 택하다니. 어쨌든 저자는 교양국을 거쳐 예능국으로 갔고, 예능국에서도 앞서 몇 개의 프로그램을 담당하다가 런닝맨 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저자는 막내 스태프일 때 오전 4시 반에 출근을 했다고 한다. 학생 시절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다고 써 있는데, 방송국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나조차 그게 방송국의 본모습이 아니란 걸 안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적인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항상 사건 사고가 벌어지고, 갑작스러운 상황을 수습해야 하고, 뒤처지면 안 되고 항상 유연해야 한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워라밸'이란 게 없는 직장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런 만큼 성공적인 작업물을 만들어냈을 때 성취감도 크고, 그 성취감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에게는 잘 맞는 직장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제 SBS에서 퇴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한국식 스탠딩 코미디라고 말이 많았던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도 저자가 연출했다고 한다. 넷플릭스가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프로그램 제작에 뛰어들면서 방송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에세이에는 그런 이야기도 실려 있으니, PD가 꿈이거나 방송 제작을 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봐도 좋겠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법이나 일상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기획안으로 연결한 예시 등도 잘 실려 있다.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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