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권에서 또 인상적이었던 건 꽃 이야기였다. 특히 어릴 때는 왜 꽃이 좋은 선물이라는 건지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꽃 선물이 정말 좋다는 걸 깨달았다거나, 이따금 스스로를 위해 꽃을 산다는 내용을 보며 공감을 많이 했다. 또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쓴 부분도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이었다. 바깥 세상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가고,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다 보면 나쁜 일이 벌어지거나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식물은 적어도 내가 식물을 볼 때만은 움직이지 않고 거기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차분하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는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대체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식물에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크레이지 가드너는 완간이다. 간만에 따라가며 보던 만화였는데 아쉽다. 완결까지 달리면서 와, 이 식물 사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다 샀더라면 내 방의 절반 정도는 화분으로 가득찼을 것이다. 가드닝이라는 취미가 다소 정적이고 좋게 말하면 우아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좀 심심한 취미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그 편견은 깨졌다. 웃긴 사람은 가드닝으로도 웃길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마일로 작가님의 차기작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