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크 - 이 새벽, 세상에 나서기 전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
김유진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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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이었다. 모태신앙이라는 건 엄마 뱃속에서부터 종교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여름성경학교를 열심히 다녔고,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 되면 교회 사람들과 함께 다른 신자들 집을 돌아다니며 찬송가를 부르고 선물을 받았다. 교회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섞여 지내고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건 내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종교를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신앙생활을 했던 과거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어웨이크>는 하나님에 대한 책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종교와 관련된 책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종교적인 내용이 싫어서라기보다는, 대부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생각보다 술술 읽힌다는 걸 알았을 때 조금 놀랐다. 이 책은 종교적인 내용으로 남을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본인의 삶에 신앙생활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고,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파트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이었다. 책을 읽을 때 목차를 자세히 훑어보고 눈이 가는 지점부터 읽는 버릇이 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이 파트를 가장 먼저 펼쳤다. 조금 의외의 내용이었는데, 나는 저자가 교회에 나가고 성경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외로움을 극복했다고 말할 줄 알았다. 실제로 내가 어린 시절에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위에 말한 행동들로도 외로움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뉴질랜드에 홈스테이를 떠나며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홈스테이를 하는 집의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기 위해 성경 공부를 하고, 교회에 가고, 찬양을 불렀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예쁨 받기 위해 교회에 가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라서, 그런 저자의 어린 시절을 보며 왠지 공감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살아야 했던 경험 때문일까, 저자는 평생 외로움과 두려움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책을 읽어 보면 이따금 저자가 겪었던 괴로운 일들이 드러나 있다. 처음으로 인종차별을 당했던 것, 수영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발목 부상을 당했던 것, 어머니의 암 진단. 저자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시도하고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결국 주변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사랑의 신호라고 인지하게 되었다는 부분을 읽고 왠지 내가 다 안심이 되었다.

<어웨이크>는 종교 서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김유진이라는 저자의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있는데, 그 제목을 보고 진심으로 이 저자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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