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우트 마인드셋 - 감정 왜곡 없이 진실만을 선택하는 법
줄리아 갈렙 지음, 이주만 옮김 / 와이즈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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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합리화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아마 그런 사람은 세상에 한 명도 없을 것 같다. 모두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편견이나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스카우트 마인드셋>은 우리가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잘못된 판단이 반드시 크고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오늘 설거지 하는 걸 미루고 싶어서 자기합리화를 했다. 이번 주 일이 바쁘고 힘들었으니까……. 하고 생각하면 잠깐은 마음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내일 아침 식사를 하기 전에 설거지를 하느니, 그냥 오늘 자기 전에 하는 게 낫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다. 물론 내일 아침에 설거지를 하는 게 내 일상생활에 큰 악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니까, 설거지는 오늘 꼭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이런 사소한 자기기만을 일상적으로 해서는 결코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띠지에는 '합리적 결정을 방해하는 자기기만에서 해방되는 법'이라는 문장이 쓰여 있다. 책에는 이 자기기만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루는 파트가 있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에 대응하는 수많은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 전략들이 모두 효과적이거나 옳은 것은 아니다. 설거지보다 좀 더 중대한 예시를 들어 보자. 친구와 싸우는 과정에서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그 친구는 성격이 둔하니까 그 정도로 상처를 받지는 않을 거야'라고 현실 부정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그 친구도 말하는 태도가 짜증났으니까 나도 그 정도는 말할 수 있어'라고 자기합리화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끝났어. 이제 와서 사과를 해도 받아줄 리가 없으니까'라고 필요 이상으로 비관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 친구랑은 그렇게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았어' 하고, 먹지 못할 포도가 신 포도라고 생각하는 여우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 이런 잘못된 전략들이 자기기만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그 현실이 사실이라고 가정한 뒤에 행동하라고 말한다. '친구가 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친구에게 어떻게 사과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확실히 위에 언급한 자기기만적 대응보다는 훨씬 더 발전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에 제시된 일화 중에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을 짧게 공유하고자 한다.

그날 나는 트위터에서 사람들의 의견이 충돌할 때 생산적으로 의견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했다. 이때 한 사람이 끼어들며 말했다.

"저는 하나도 어렵지 않더군요. …비법 같은 것은 없어요. 그냥 사실을 죽 열거하면 됩니다."

"사실을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나요?"

"네, 항상요."

그는 단호했다.

저자는 저 사람의 SNS 피드를 쭉 훑어보며 본인이 말한 것과 같은 사례가 있나 찾아봤지만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한 말에 어떤 사람이 이견을 표하면, 언제나 무시하거나 조롱하거나 아니면 그들이 틀렸다고 알려주고는 대화가 매듭지어졌다고 간주했다.' 이 문장을 보면 몇몇 사람들이 떠오른다. 정말 흔한 유형이다. 저자가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지능지수가 높고 지식이 풍부하다는 건 진실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과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 진실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이 틀리고 상대가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깨달음을 상대에게 밝힌다. 비평을 공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런 태도들이야말로 책에서 말하는 '스카우트 마인드셋'(정찰병과 같이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는 태도라는 뜻이다)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자세다.

책을 읽다 보니 머리로는 알아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일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스스로 틀렸다는 사실을 남들 앞에서 인정하거나, 상황을 회피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런 태도로 대한다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더 정확하게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진실을 중요시 여기는 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스카우트 마인드셋>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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