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로봇의 모험 이야기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
민이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6월

한동안 SF 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내 취향에 맞는 소설도, 맞지 않는 소설도 많았다. 남들은 재미있다고 하는데 난 별로였던 것도, 남들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데 나는 꽤 괜찮았던 소설도 있었다. 하여튼 나는 그게 잘 쓴 소설이든, 못 쓴 소설이든 기본적으로 SF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눈을 뜬 곳은 무덤이었다>는 아주 직관적인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이 눈을 뜨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눈을 뜬 장소가 마치 무덤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마치 사람과도 같은 마네킹들의 잘린 시체가 잔뜩 널려 있는 곳이다. 주인공은 그 잘린 신체에서 불쾌함을 느끼며 도망치려 하다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 '풀벌레'는 기계 로봇인 '달'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찾아 모험을 떠나고,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로봇 주인공, 자신을 인간이라고 착각하는 로봇, 과거를 찾아 떠나는 여행, 전부 그리 드문 소재는 아니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문장이 상당히 가볍다는 점이다. 혹시 오해를 살까 봐, 문장이 가볍다는 말은 나쁜 뜻이 아니라, 상당히 쉽고 빠르게 읽힌다는 뜻임을 밝혀 둔다. 주인공이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맞닥뜨리는 사건을 통해 성장하는 로드 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책이 쉽고 빠르게 읽히는 데 한 몫 한다. 읽다 보면 작가가 <어린 왕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빨간 장미를 좋아하는 어린 왕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등장하기도 한다.

결국 풀벌레는 어떻게 만들어진 존재일까? 풀벌레와 달의 여정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자세한 내용을 쓸 수는 없지만, 앉은자리에서 훌훌 읽기 좋은 책이라 금방 완독할 수 있으니 SF 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인간이 아닌지에 대해 논하는 SF 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