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 아주 작은 수고로 생애 최정점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이승훈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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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학 서적을 잘 읽지 않는다. 매번 서평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 같긴 한데 사실이다. 의학 서적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보통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를 펼칠 때도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이 책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다 읽었다. 전문적인 내용을 쉽고 공감이 가는 문장들로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물론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다루는 만큼 읽기에 아주 쉬운 책은 아니지만, 읽어 두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 열심히 읽었다.

책에는 이미 아는 내용도 있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내용도 있었다. 이를테면 한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 중 하나인 뇌졸중에 대한 정보는 거의 대부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뇌졸중은 물론 중대한 병이지만, 뇌졸중 환자 중 대다수는 병을 앓기 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저자는 뇌졸중 전문의다). 저자는 한국인들이 뇌졸중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 있지 않을지 추측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중병을 앓아 목숨을 잃는 것도 물론 두렵지만, 건강하지 못한 채로 오래 살면서 고통을 받고 돈을 쓰는 것 역시 두려우니까. 하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본인이 마주치는 뇌졸중 환자들에게 종종 "지금이 최악입니다"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났을 당시가 최악의 상태고,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병이 뇌졸중이라는 것이다. 뇌졸중 전문의로 살아가다 보면 뇌졸중 발병에 대한 큰 두려움을 품은 환자들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 모양이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뇌졸중은 관리할 수 있는 병이고, 발병 이후에도 충분히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병이라고 하니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어느 병이든 걸리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어느 병이든 걸리지 않는 게 제일 좋다. 아마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분명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건, 사람이 병에 걸리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누구나 크고 작은 병을 앓으며 살아간다. 흔하게 걸리는 감기도 그렇고, 현대인들에게는 더 이상 드문 질병이 아닌 위염과 식도염, 하다못해 안구건조증 같은 병도 병이다. 그렇지만 내가 안구건조증에 걸렸다고 해서 일상을 살아갈 수 없는 건 아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적당히 관리를 하면서 살아가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건강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누구나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부분들이다. 이를테면 규칙적인 운동, 금연, 절주 등이다. 조금 특이한 점은 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감기는 누구나 한 번쯤은 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걸리는 사람도 있는 아주 흔한 질병이다. 사실 가벼운 감기는 학교에 가거나 일을 하는 데 그리 큰 불편을 끼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아주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감기에 걸린다면 어떨까? 누구나 중요한 시험, 발표, 면접이나 결혼식 같은 자리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이 책에는 '적어도 며칠간은 감기 안 걸리기' 라는 파트가 있다. 그 파트에는 인생의 중대사를 앞두고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감기를 피하는 방법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나도 이 정보들이 필요할 때는 한 번 실행에 옮겨 볼 생각이다. 다 적지는 않겠지만 책의 띠지에도 나와 있는 내용 하나만 언급하자면, 깨끗한 손으로 코 속을 닦는 게 감기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책에서는 당연히 영양제와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다룬다. 결론만 말하자면 크릴오일은 먹지 마라. 먹을 필요가 없으니까. 평소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며 영양소를 섭취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굳이 별도로 영양제를 먹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하는 이유로 영양 상태가 다소 불균형한 상황에서는 오메가3 등의 영양제를 먹는 게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오메가3를 먹으면 좋다는 말은 내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들은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 똑같은 말이 실려 있어서 신기했다. 전문가들이 검증(?)한 내용이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양제를 좀 챙겨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의료인으로서 가진 책임감이 좋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가지는 과도한 공포심을 잠재워 주려고 노력하고, 의사와 약을 믿어야 할 이유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한다. 요즘에는 약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약을 먹지 않아 더 심각한 상태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은데 약을 먹는 게 전혀 나쁜 일이 아니라고 여러 번에 걸쳐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사정은 있으니 누군가는 의사를 믿지 못할 만한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의사, 믿을 만한 의사는 분명히 많다. '나를 포함해 언론이나 방송에서 떠드는 의사들은 믿지 마라' 라는 문장을 읽으며 저자가 쓴 이 책에 더 신뢰감을 갖게 되었다면 나는 저자의 의도를 거스른 독자일까? 어쨌든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는 일반인이 쉽고 재미있게 읽기 좋은 의학 서적이다. 특히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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