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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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그리고 과학.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상극이라고 여긴다. 인터넷 상에는 사람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문이과 드립'이 성행한다. 물론 그런 농담이 언제나 재미 없기만 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농담이 사람들을 너무 쉽게 문과형, 그리고 이과형으로 구분해 버리는 건 아닐까 싶다. 그런 기준에 따르자면 나는 무조건 문과형으로 분류될 인간이다. 어릴 때부터 수학이나 과학과는 담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물학자가 쓴 책을 읽으며 감탄하기도 하고,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아! 와 어?>는 각각 소설가와 물리학자인 두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별, 지구, 우주의 생성과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 지구 내에서 일어나는 과학적 현상, 원자와 분자, 생명의 근원, 숫자의 논리와 아름다움을 과학에 흥미가 없는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기술하고 있다.' 나는 이 문장이 이 책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주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과학 서적은 아니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학 이야기를 늘어놓는 책이다. 그래서 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파트는 DNA에 대해 이야기하는 '몸 안의 도서관'이었다. 보르헤스는 자신의 저서 <바벨의 도서관>에서 우주를 도서관으로, 그리고 인간을 한 권의 책으로 비유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책에서 "도서관이 아무리 거대하다 하더라도 똑같은 책은 없다"라는 문장을 인용한다. 이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DNA를 가진 인간은 없다는 뜻이겠지?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는 역시 지문이다. 세상에 똑같은 지문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한다. 심지어 일란성 쌍둥이조차 지문은 서로 다르다고 하니, 완전히 똑같은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즉 나도, 이 책의 저자들도,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도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왠지 낭만적이다. 이 파트 외에 빛과 색에 대해 이야기한 '꽃과 색과 눈과 뇌'도 아주 재미있었다. 그 파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인간은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색들이 균등하게 반사되는 빛을 하얗다고 인식한다. 곤충은 빨간색을 보지 못하고, 노란색에서 자외선까지 빛으로서 보기 때문에 곤충의 흰색은 노란색에서 자외선까지 포함된 빛이 균등하게 반사되는 색이다.' 되새겨 보면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개나리가 노란색이라고 인식하지만, 사실 개나리는 노란색 빛을 반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마다 모두 다른 빛을 본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같은 꽃을 보더라도 내가 보는 꽃과 고양이가 보는 꽃은 전혀 다른 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과학 지식을 다소 낭만적으로 다룬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내용들만 간단히 소개했지만, 다른 내용들 역시 죄다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 이야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재들과 결부시켜 풀어 놓기 때문에 더 쉽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유익하게 시간 보내기 좋은 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아! 와 어?>를 읽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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