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많은데, 전부 다 적을 수는 없으니 몇 가지만 짤막하게 언급해 볼까 한다. 먼저 누드화에 대한 이야기다.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유명한 작품들 중에서도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의 서거 이후 귀족들의 힘이 강해지면서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미술이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성의 누드화가 그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미술의 예시라 할 수 있다. 여성의 누드화를 그리는 사람들이 주로 다룬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신화다. 신화 속의 한 장면이나 여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명목 하에서 여성의 누드를 마음껏(?)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소비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름답고 때로는 신성하다는 느낌까지 주던 그림들에 그런 뒷배경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사람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당시의 감상자들은 누드 속 여성이 감상자에게, 즉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그림들을 선호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고 나면 더 그렇다.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배웠던 화가들은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카미유 클로델이나 프리다 칼로 정도가 예외였을 뿐이다. 물론 내가 배운 미술 지식들은 아주 기초적인 겉 핥기 수준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좋은 작품을 남긴 여성 화가들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내심 아쉽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는 여성 화가들에 대해서도 꽤 많이 다루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카미유 클로델과 프리다 칼로는 당연히 빠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프랑스 왕립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었으며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를 30점 정도나 그렸다는 비제 르브룅의 생애, 여성 최초로 이탈리아 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 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그의 작품 <유디트>에 대한 이야기, 아버지인 야코포 로부스티의 그림을 대부분 대신 그려 주었다는 의혹이 있는 마리에타 로부스티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당시 여성 화가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창립 회원이었던 앙겔리카 카우프만 역시 언급된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어지간한 여성 화가들은 대체로 큰 미술아카데미의 회원이다. 당시에도 그 정도로 이름을 날린 여성 화가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건가 생각해 보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한다.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에는 우리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나 작품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역시 소개되어 있다. 나는 <모나리자>가 한 점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고 놀랐다. 책에 따르면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거의 비슷한 또 한 점의 모나리자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추측하기로는 다빈치의 제자들 중 하나가 그린 그림 같다는 모양이다. 프라도의 모나리자는 다빈치가 루브르에 있는 모나리자를 그릴 때 진행한 과정과 동일한 과정을 밟아 그려진 그림이다. 이 모나리자는 루브르의 모나리자와 달리 배경까지 제대로 완성되어 있다. 이렇게 유명한 작품들이 그려질 때의 사회적 배경, 화가의 사생활, 잘 알려진 작품의 모델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읽는 사람이 지적 교양을 착실히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미술은 모르면 안 보이는, 그러나 알면 알수록 그만큼 더 좋아지는 매력적인 신세계'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그렇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전에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림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 그림 한 점에 담겨 있을 누군가의 삶이나 사고방식,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의 세계에 대해 무시하고 지나가기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하루에 한 장씩 부담 없이 읽어도 좋고, 기분이 내키는 날 후루룩 읽어 내려가도 좋을 책이다. 나처럼 즐겁게 미술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가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