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 - 연애 좀 해 본 작가의 쏘-쿨한 비혼 에세이
홍경희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걸까? 내 부모 세대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그렇다'였다. 가끔 다들 어떻게 그렇게 당연하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건지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좋은 의미로도 그렇고, 나쁜 의미로도 그렇다. 내가 태어났을 때 내 부모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그 나이에 어떻게 결혼을 하고 나를 가질 생각을 했을까? 오랫동안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랑 역시 결혼의 이유였겠지만, 결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면 내 부모는 결혼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 부모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으리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것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로 생각하는 건 아예 다른 일이다. 요즘에는 점점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사회경제적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건 예전과는 달리 결혼이 인생의 필수 코스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의 저자 역시 비혼주의로 삶의 노선을 정했다. 정확히는 '비무일'(비혼, 무자녀, 1인 가구)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무일'로서의 삶, 비혼주의자로 살아가기로 한 이런저런 이유들, 비혼주의자로 알차게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책의 내용과 관련된 통계들이 첨부되어 있다.

비혼주의자라고 하면 주변에서 꼭 하는 말들이 있다. 나중에 늙어서 외롭지 않을 거 같아? 아프면 수발은 누가 들어 줘? 이런 말들이다. 저자 역시 그런 말을 한두 번 들어 본 게 아닌 모양이다. 결혼 상대와 자녀를 나중에 내 수발 들어 줄 사람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 잘못됐다는 것부터 지적해야겠지만, 그런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해 봐야 한도 끝도 없다. 저자는 '마르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마르코는 수십 년 뒤에 개발될 고성능 AI 집사 로봇이다. 지금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수십 년 후에는 더 발전하고 정교해지지 않을까. 노년의 외로움이나 불편함을 해결할 만한 기술들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지금을 기준으로 수십 년 후를 생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저자는 수십 년이 지나면 부상이나 질병이 지금처럼 사람의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다. 벌써부터 노년에 내 병 수발을 들어 줄 사람이 없다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연애나 섹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한다. 자신은 연애와 섹스가 간절하고 애인이 늘 고팠던 시기를 거쳐, 안정적인 장기 연애를 꿈꿨던 시기를 지나 지금에 다다랐다고 한다. 그러나 수십 년 장기 연애의 꿈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저의 입장에서는, 상대가 너무 과도하게 의존하려 들거나, 무기력 비관주의이거나, 다른 건 다 좋다가도 여성주의 입장에는 유독 심한 거부감을 표현한다든가, 바람기를 보인다든가, 때론 같이 있을 수 없게 상황이 너무 어긋나는 등의 이유가 있었어요.'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정적인 장기 연애에 대한 꿈을 꾼 적이 있지 않을까. 항상 애가 타고 불이 타지는 않더라도 서로를 따뜻하고 든든하게 지지해 줄 만한 파트너와의 관계. 하지만 확실히 그런 것도 영 쉬운 게 아니다.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면 그 사람의 결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게 마련이다. 물론 누구나 결점이야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절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는 결점도 있는 법이다. 저자는 파트너와의 관계 맺는 노하우를 이야기하면서 내 인생은 나만의 인생이라는 걸 잊지 말자고 강조한다.

<합리적 비혼주의자로 잘 살게요>의 특징은 구어체로 쓰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치 저자와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비혼주의, 연애, 섹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털어 놓는 이 책은 일단 꽤 재미있다. 뒷표지를 보면 어떤 사람들에게 이 책이 필요한지를 적어 놓은 체크리스트가 있다. 그 중에 이런 문장들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남의 인생 조연 말고 내 인생의 주연으로 살아야 행복하다.', '연애에만 다 걸지 않고 내 원래 인생도 계속 관리하는 균형감을 원한다.' 자기 인생을 꾸리며 연애도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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