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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평점 :
서점에 나가 보면 부동산에 대한 책들이 참 많다. 부동산에 투자해서 큰 이익을 거두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 온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파트를 사고,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에 투자할 여건이 되지는 않는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의의 저자는 책에 의하면 '평균 임금 생활자'다. 대한민국에서 물려받은 자산이 없는 평균 임금 생활자들은 보통 서울 안에 있는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자산으로서의 부동산이라는 걸 가질 수도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가 찾는 건 투자 대상으로서의 부동산이 아니라 실제로 살 집이다. 어머니와 둘이 살던 저자는 어머니가 거주할 집을 사고 자신은 월세를 얻어서 독립할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저자는 빌라를 구입하고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내며 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왜 집을 살 거면서 또 월세를 내는지 의아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저자에게 그런 지적을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 역시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삶의 우선순위가 있다. 빌라를 사고 자신은 오피스텔로 독립하기로 한 저자의 선택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하여튼 빌라를 사기로 마음먹은 저자는 여러 가지 장벽을 마주한다. 우선 실거주 목적의 빌라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거의 없었다. 세상에는 분명 자신이 살아야 할 빌라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나 팁은 거의 공유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 책은 실거주 목적의 빌라를 구입할 사람들을 위한 정보는 물론이고, 집과 공간에 대한 저자의 경험들, 그리고 독립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고 있다.
집을 구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 같은 건 이 세상에 없다. 가격이 괜찮고 깔끔하면 교통이 심각하게 안 좋다. 역세권에 가격이 싼 집은 사람이 살라고 만들어 놓은 집이 아니다. 깨끗하고 역에서도 가깝고 넓은 집은 당연히 무서울 정도로 비싸다. 저자와 어머니는 많은 집을 둘러보고,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흥정을 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집을 산다는 걸 두려워하기도 하고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집을 산다는 건 사람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가져다 주는 과정의 연속이다. 저자에게 집을 산다는 건 '전 재산을 다 끌어오고, 거기에 대출받을 수 있는 돈까지 다 긁어모아야 하는'일이다. 월세나 전세로 살 집을 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론 월세나 전세로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생활의 고단함은 별개의 문제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남 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 힘들고 피곤한 내용만 실려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이 단순히 내 집 마련에 대한 현실을 일깨워 주기만 하는 책이었다면 나는 재미있게 읽지 못했을 것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의 제목은 왜 '표류기'일까. 표류기라는 말은, 나를 포함해서 자리를 잡을 만한 좋은 집을 찾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헤매며 떠도는 사람들의 삶에 퍽 잘 어울린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편히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내가 원하는 물건들로 채울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나의 공간. 세상에 그런 공간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그런 공간을 찾아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공간에서 살 수 있기를. 자신에게 허락된 집이 없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