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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 - 생각의 동반자, 소크라테스와 함께하는 철학 수업
허유선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평점 :
철학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안 되는 학문으로 여겨진다. 철학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낮잡아 보는 시선도 팽배하다. 왜 그럴까? 아마 철학이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철학 같은 건 몰라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철학은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삶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게 잘 사는 걸까?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인기를 누리면 잘 사는 걸까? 분명한 오답은 있을지 몰라도 아마 정답은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는 소크라테스 철학을 통해 스스로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자신과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소크라테스 철학에 대한 책이지만 복잡하고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어떻게 하면 철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이야기하므로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 철학은 '한계 없는 물음'을 통해 대상을 깊이 파고든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해결하고 싶다면, 행복이란 뭘까? 정신적으로 풍족한 상태가 행복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풍족한 상태인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와 같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신적으로 풍족한 상태를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아무런 고민거리도 떠오르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고민이란 뭘까?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다 보면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들을 떠올릴 수 있다. 물론 생각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높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저자가 말하는 철학적 사고의 기초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답할 제대로 된 근거를 찾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기술이 부족함을 절실하게 깨달았을 때 우리는 더 나은 수준의 기술을 얻는 일에 몰두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은 우리를 앎으로 나아가게 한다." 철학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한다고 해서 모든 고민들이 갑자기 술술 잘 풀리지는 않는다. 혼란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는 철학 입문서다. 소크라테스 철학을 쉽게 마주하는 방법뿐 아니라 철학사 공부를 시작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책에 따르면 철학사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주된 물음은 존재론과 인식론, 그리고 가치론 세 가지다. 여기에서 존재론이란 '있음'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명이란 있을까?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분명 다르지만, 생명이 있고 없음에 따라 그 두 가지가 구분되는 것일까? 이런 물음들은 존재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식론이란 "인식론은 오랫동안 생각의 내용을 뜻하는 믿음, 거짓이 아닌 참, 참이 되게 만드는 근거와 검증으로서 정당화에 관한 문제를 다뤄왔다." 즉 앎을 주제로 하는 물음들이 인식론에 속한다. 우리가 무엇을 알고, 그것이 참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치론이란 말 그대로 의미와 가치에 대한 물음을 다룬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무엇이 의미 있고 무엇이 의미 없는지, 어떤 게 가치 있는 삶인지와 같은 물음들은 가치론의 영역에 속한다.
사람들은 보통 철학을 어렵게 생각한다. 철학에 관심이 있어 공부하려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크라테스 씨,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요?>는 정말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생각해 보도록 도와 주는 책이다. 철학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