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4
전석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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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이드북도, 에세이도 좋아한다. <대한민국 도슨트>는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설명처럼 여행가이드북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하고 때로는 역사책 같기도 하다. 처음으로 읽게 된 춘천 편은 보이는 그대로 춘천에 대한 책이다. 춘천에서 자랐고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가 춘천을 스쳐 간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책에는 스물다섯 군데의 장소가 소개되어 있고, 안타깝게도 그 중에는 이제는 방문할 수 없거나 이미 사라져 버린 곳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다. 저자는 춘천의 관광지나 유적지뿐 아니라 평범한 골목들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이 책에 담았다. 책을 읽고 나니 가 본 적만 있을 뿐 머무른 적은 없는 춘천이라는 도시의 그림이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담기는 것 같았다.

춘천의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면 역시 닭갈비다. 춘천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닭갈비를 먹지 않을까 싶다. 나도 춘천에서 닭갈비를 먹어 본 적이 있지만, 춘천에 닭갈비골목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금강로62번길. 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편지를 부칠 때 받는 사람 주소에 닭갈비골목이라고만 써도 편지가 갈 정도였다고 한다. 특정 지역의 전통 있는 음식점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닭갈비골목에 가 볼 만 하다. 닭갈비뿐 아니라 막국수 역시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춘천에는 무려 막국수체험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박물관을 방문하면 막국수와 메밀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고, 막국수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여담이지만, 춘천의 지역 축제 이름이 '춘천닭갈비막국수축제'가 되었다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되었다 한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 도슨트 춘천>을 읽으며 느낀 특별한 감정은 그리움이었다. 내 고향도 내가 자란 곳도 아닌 춘천이라는 도시에 그리움을 느낀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특히 춘천의 중심가에서 수많은 이들에게 만남의 장소가 되어 주었던 청구서적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오랜 헌책방이었던 경춘서적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일식당이 들어선 이야기를 읽으며, 저자가 어린 시절 '인어공주'를 봤던 피카디리가 폐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육림극장이 예고도 없이 없어진 이야기를 읽으며 그랬다. 나는 춘천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살던 곳에서도 만남의 광장과 같았던 서점이 사라졌고 오래된 극장이 문을 닫았다. 그 장소에 관한 이야기는 누군가 남겨 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진다. 사라진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남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사라진 장소들뿐 아니라 현재의 춘천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마임 전용공간인 축제극장 몸짓,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옥 광산과 옥 체험관, 김유정 소설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김유정 문학촌, 춘천의 상징과도 같은 소양강댐과 소양강 처녀상 등 이런저런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춘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다. 어린이회관이 탈바꿈한 상상마당 춘천,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망대골목 등 다른 매력적인 장소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대한민국 도슨트 춘천>을 읽고 나니 춘천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지지만, 사실 이 책은 춘천 여행을 앞둔 사람들만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은 듯싶다. 이 책은 춘천이라는 도시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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