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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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는 저자가 연주자로서 베토벤에 대해 조명한 책이다. 특이한 점은 책 중간중간에 QR코드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특정 음악들을 언급할 때 QR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연주를 들어볼 수 있다. 베토벤에 관한 책이니만큼 대부분이 베토벤의 곡이지만 책 앞부분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제2번이 언급되기도 한다. 저자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기도 하고, 곡의 제목과 곡에 대한 설명만 봐도 머릿속에서 곡이 자동으로 재생될 정도가 아니라면 저자의 연주를 들으며 책을 읽는 쪽이 더 좋다. 저자는 베토벤에 대한 강한 애정과 존경심을 바탕으로 그의 삶, 사랑,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베토벤의 이야기는 쉰들러가 출판한 베토벤 전기 안에 있는 내용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쉰들러가 베토벤의 사후 베토벤의 유품을 팔아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그의 기록들을 자신이 유리한 대로 편집하고 왜곡했다는 지적이 있다. 베토벤에 대해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와 가설들 중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조금 씁쓸하다.

책날개 안쪽을 보면 저자 임현정의 약력을 볼 수 있다. 임현정의 어린 시절은 최연소와 조기 졸업의 연속이다. 콩피에뉴 음악원을 5개월 만에 수석으로 조기 졸업, 파리 루앙 국립음악원을 만 15세에 조기 졸업,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 최연소로 입학해 최연소로 조기 졸업. 음악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이 보더라도 저자가 '천재'로 불릴 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재능 있는 저자의 삶이 항상 순탄하고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자세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저자의 집안 분위기는 그리 좋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학을 떠날 때 집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 대강 짐작해볼 수 있다.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유복한 집안에서 평온하게 자랐을 것이라는 편견과 종종 싸우곤 한다. 저자 역시 집안에 음악가가 없어 도움을 받거나 상담을 구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피아노를 치며 많은 고생을 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대가들이 그렇듯 저자는 피아노를 치며 그런 힘든 일들을 극복했다. 그런 과정에서 베토벤의 존재가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베토벤의 음악 자체도 물론 힘이 되었지만, 베토벤이라는 한 인간을 본보기로 삼아 강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술을 좋아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베토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가 괴팍한 성격이다. 베토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베토벤이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아끼던 조카와도 사이가 틀어진 이유를 대강이나마 추측해 볼 수 있다. 베토벤은 많은 여자들을 만났지만 끝끝내 누구와도 결실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곡을 둘러싼 많은 가설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 중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베토벤이 사랑한 여성들 중 테레제 말파티라는 여성이 있다. 사실 '엘리제를 위하여'의 엘리제가 엘리제가 아니라 '테레제'였는데, 베토벤이 워낙 악필인 탓에 엘리제로 알려졌다는 가설이 꽤 유명하다. 베토벤이 사랑한 여성들은 대부분 귀족이었기 때문에 그와는 신분이 달랐다. 게다가 베토벤이 앓고 있던 귓병 역시 결혼 상대로서의 하자 내지는 결격 사유에 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베토벤은 한평생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런 그의 사랑이 음악 세계에 끼친 영향도 지대할 것이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는 클래식의 거장에 대한 이야기지만 읽는 데 전문 지식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다. 음악적 지식보다는 베토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부담이 없는 편이다. 전문적인 연주자가 베토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나면 베토벤과 베토벤의 음악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베토벤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저자 임현정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는 자서전을 출판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자서전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밌어서 밤새 읽는 베토벤 이야기'라는 홍보 문구가 꽤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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