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 작은 가게를 기획합니다
김란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공간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모두가 감각적인 공간을 찾아 다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감각적인 공간, '인생샷'을 찍을 수 있는 장소, '핫한 카페'같은 곳에 열광하게 된 건 분명 인스타그램의 영향도 클 거라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은 정말 시간 잡아먹는 귀신이다. 피드를 내리거나 키워드를 몇 개 검색하면서 사진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정신없이 시간이 휙휙 지나가니까. 요즘에는 다들 어떻게 그렇게 사진도 잘 찍는 건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가고 싶어지거나 뭔가를 사고 싶어지게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거겠지. 하여튼, 요즘은 취향과 감성이 중요시되는 시대다. 자신의 취향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자신의 취향을 남들과 나누면서 사회적 관계망을 넓혀 가는 삶이란 얼마나 멋지게 느껴지는가.

하지만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는 그런 달콤한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공간 창업의 꿈을 꾸는 누군가를 부추기고 부채질하기보다는 일단 말리고 보는 책에 가까우니까. 저자는 공간 창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 공간 창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대강 어느 정도인지(당연히 결코 높지 않다), 기획과 공사, 창업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온갖 문제들에 대해 여과 없이 말한다. 책의 앞부분에는 "(창업을)안 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요."라는 문장이 있다. 그 문장 뒤에 달린 각주는, '자영업 10곳 문 열면 8.8곳 망했다(한국경제.2018.7.20)'이라는 차가운 문장이다.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사업가로서도 성공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 책은 그런 만만하지 않은 현실에 대해 우선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 창업을 포기하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서는 팁을 제공한다.

목차를 보면 기획 과정에서 위치를 선정하는 법, 사업계획서 쓰는 법, 시공하기, 공간 운영하는 법은 물론이고 참고할 만한 공간 창업 예시들까지 소개하는 등 알차다. 여담이지만 공간 창업의 예시들로 소개된 장소들은 전부 매력적으로 보여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개된 가게들의 sns를 방문해 보기도 했다. 그 정도의 공간을 만들려면 수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둘러보고 나니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보다는 작은 공간이라고 해서 쉽게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만 체감될 뿐이었다.

홍보하는 법, 모임 기획하는 법도 인상적이었다. 요즘 카페나 서점, 게스트하우스, 문화공간을 운영하려면 인스타그램은 필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5천 명이라고 해서 5천 명이 전부 다 가게에 오지는 않는다는 저자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주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나만 해도 팔로잉은 해 놓고 몇 달째 찾아가지 않은 장소들이 도대체 몇 군데인지. 그러고 보니 인스타그램을 위주로 운영하는 가게들 중에서는 오픈 시간이나 마감 시간, 휴일 등이 정해져 있지 않은 가게들도 많다. 언제 문을 열고 닫는지가 지나치게 들쑥날쑥해서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문의하고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에 금방 적응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방식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그런 가게에는 찾아가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꽤 많다.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에 보면 오픈하는 날과 오픈 시간을 정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 5일 영업으로 기억했던 서점이 어느 날 찾아가 보니 주 3일로 바뀌어 문이 닫혀 있다면 손님이 기분이 좋지 않을 거라면서.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간 창업을 진지하게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친절하고 상세하면서도 현실적이다. 아까 인용했던 문장을 한 번 더 인용하자면, "(창업을)안 하는 게 돈 버는 거라고요." 그래도 너무 하고 싶다면 일단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를 읽으면서 잘 생각해 보자. 읽고 나서도 잘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결국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이 책만큼 든든한 아군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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