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사들은 어떻게 어학의 달인이 되었을까? 시즌2
김병두 외 지음 / 투나미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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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외국어 공부를 목표로 세운다. 각종 외국어 입문서를 너무 많이 사서,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외국어 첫걸음으로 지구 한 바퀴"같은 말을 하기도 한다. 보통 잘 해야 입문서 한 파트 정도를 조금 열심히 하는 척 하다가 치우는 수순을 밟는다. 외국어 공부를 하려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노력 없이 달콤한 과실만 얻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노력을 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하고 싶다. 즉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 최대한의 결과를 얻고 싶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서 이 얼마나 도둑 심보인지. 어쨌든, 외국어를 잘 하고 싶은 욕심은 언제나 많아서 외국어 공부법에 대한 책들도 그냥 지나치질 않는다. <통역사들은 어떻게 어학의 달인이 되었을까? 시즌2>는 제목부터 나 같은 사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통역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둔 책이기 때문에 영어 통역사가 남긴 영어공부 팁도 있고, 중국어 통역사가 남긴 중국어를 쉽게 이해하는 법도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언어는 표지에서 보이듯 영어, 프랑스어, 일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그리고 러시아어까지 다양하다. 한 가지 언어에 대한 깊은 고찰을 읽어 보고 싶은 사람보다는 전반적인 외국어 학습법, 그리고 통역사들의 공부법이나 일화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절하다. 나는 여러 가지 외국어를 겉핥기로 공부하는 데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언어의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공부법도 조금씩은 다르지만, 사실 전반적인 골자는 거의 같다. 외국어를 잘 하고 싶으면 많이 접하고 꾸준히 공부하라는 것이다. 외국어를 들리는 그대로 따라하는 섀도잉은 특히 모든 통역사들이 추천하는 공부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통역사들이 한국식 단어 외우기, 즉 외국어 단어 옆에 한국어 뜻을 써 놓은 것을 보고 외우는 방법은 그다지 권장하지 않는다. 그런 방식으로 단어를 외우게 되면 외국어 단어 하나의 뜻을 제한적으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분위기'라는 단어는 어떤 사람이 가지는 고유한 아우라를 나타내는 뜻으로도 쓰이고, 특정한 장소 안에서 흐르는 감정적인 기류를 나타내는 뜻으로도 쓰인다. 좋은 경치를 보고 '분위기가 좋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영어로 치면 'mood'가 나타내는 뜻도, 'image'가 나타내는 뜻도 있다. 분위기라는 단어를 'mood'로만 기억하고 외우게 될 경우 그 단어의 다른 뜻은 흡수할 수 없다. 그래서 많은 통역사들이 외국어로 외국어 단어를 설명하는 사전, 즉 영영사전이나 중중사전과 같은 사전들을 추천하고 있다. 역시 외국어를 가능한 한 많이 접해 보는 것이 왕도인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통역사가 되는 방법이나 통역사로서 겪은 일화, 통역 일을 할 때의 팁과 같은 정보들도 가볍게나마 다루고 있다. 통역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들이겠지만 그래도 참고해 볼 만 하다. 통역사는 최소 두 가지 언어에 통달한 사람들이다. 즉 외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한국어 실력까지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사람들만이 통역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역사나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들 중에 의외로 한국어의 중요성을 늦게 깨닫는 사람들이 많다는 모양이다. 전문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텍스트 읽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통역사들 중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그리고 이 책에서 인상깊은 조언이 하나 있었는데, 외국어 공부에는 반드시 슬럼프가 찾아오지만 슬럼프라고 생각하는 기간 동안에도 꾸준히 실력은 늘고 있다는 말이었다.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공부를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나 진지하게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 통역사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통역사들은 어떻게 어학의 달인이 되었을까? 시즌2>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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