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 - 직장 내 갈등 해결과 괴롭힘 예방 가이드북
문강분 지음 / 가디언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 문강분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연구하고, 예방책과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공인노무사다. 직장 내 괴롭힘은 형태와 강도는 다를지언정 어떤 직장에도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이직하거나 퇴사하고, 심한 경우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있었음에도 그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조명을 받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책에서도 언급되듯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아직 채 1년도 되지 않았다.(2019년 7월부터 시행되었다) 비록 지금까지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었겠지만, 이제라도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사회 전반적으로 커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 저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책,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와 그 심각성,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유형과 사례, 그리고 사례에 해당하는 법 조항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한 번쯤은 보았을지도 모르는 현실적인 사례들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책에 소개된 사례를 전부 적을 수는 없으나, 인상깊었던 사례 정도는 간략하게 언급해도 될 것 같다. 간호사들의 '태움'을 다룬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태움이란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간호사들의 사내 괴롭힘을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데는 물론 힘든 근무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치지만, 태움으로 인해 이직하거나 퇴사하는 간호사들도 많다고 한다. 태움의 가해자 입장이었던 50대 간호사가 직장 내에서 따돌림의 피해자가 된 사례가 책에 소개되었다. 해당 간호사의 공격적이고 거친 언행이 다른 많은 간호사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해당 간호사가 배척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개된 다른 사례들은 대부분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의 경우에는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해당 간호사가 과거에 좋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고 해도, 그게 그 간호사가 '따돌림당해도 싼' 사람이라는 것일까? 물론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경험이 많은 간호사가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배척되는 과정에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상황이 모든 이들에게 피해가 되는 건 아닐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마치며' 부분을 보면, "하나의 괴롭힘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해당 국가와 사회 및 문화적 환경, 기업의 구조와 전략, 업무의 특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와 대응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이 참 인상적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을 가해자 개인에게서만 찾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해자에게는 엄중한 책임을 묻고 처벌이 필요하다면 처벌 역시 가해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 개개인을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보다는 그런 가해 행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소개된 사례들을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지 않았던 단계에서 책임자나 관리자가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는 경우가 매우 잦음을 알 수 있다. 또, 성희롱과 같은 행동들을 태연하게 저지르면서 그런 언행이 문제가 된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개개인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나 방조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 내 문화, 더 나아가서는 사회 분위기가 직장 내 괴롭힘을 용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유의미하게 줄어들 것이다. 다행히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저자와 같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인가요?>는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