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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 오늘을 위해 내일을 당겨쓰는 사람들 ㅣ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9
양승광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평점 :
우리는 시간이야말로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유일한 것이라고 믿는다. 부모의 재산이 얼마나 있든 하루는 24시간, 한 달은 30일 전후, 그리고 일 년은 365일에서 366일이라는 사실이 변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세상에는 그 24시간, 30일 전후, 그리고 365일을 자신이 사용하고 싶은 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아주 많다.
몇 년 전 인터넷 사이트에서 어떤 글을 본 적이 있다.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의 글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강 몇 시간 정도 공부할 시간이 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하기까지 몇 년 정도가 걸릴지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답변을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고 차라리 공부에 집중해서 시험에 합격하라는 것이었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사람들이 참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을 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시험 공부를 하는 기간에,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겠는가? 중요한 시험을 공부해야 하는데도 일을 손에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유는 하나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 인터넷에 그 글을 쓴 사람과 같은 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른 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해 빠르게 합격한 사람들도 많이 존재할 것이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불합격의 원인을 전적으로 그 개인에게 돌릴 수 있을까? 나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모든 이들이 그런 권력을 누리지는 못한다. 양승광의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는 그런 권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김 없이 드러낸다. 어떤 이들은 여가를 즐기고 재미있는 모임을 가지는 동안 어떤 이들은 당장 다음 달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해야 한다. 이런 구조는 명백한 불평등이다.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은 결국 '시간'에까지 영향을 끼쳐, 어떤 이들은 시간조차 다른 이들과 평등하게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