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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할 시간
다온 지음 / 부크럼 / 2019년 12월
평점 :
<너를 사랑할 시간>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 중 하나는 '그 무엇도 사소한 적은 없었습니다.'라는 문장이었다. 관계란 사소한 것들이 모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깨져버린다고 저자는 말했다. 사소한 것, 당연한 것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저자가 말했듯 '겨울엔 햇빛 쪽으로 걷게 하고, 식당에 가거든 수저를 미리 챙겨 주고 물을 따라 주는 것들'과 같은 일들 말이다. 예전에는 당연한 듯 했던 이런 사소한 일들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면 그 관계는 변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던 일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도, 관계가 변했다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보통 변한다. 사람의 마음도 변한다. 한때는 서로가 인생의 전부처럼 생각되었던 관계도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지다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가장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쓸쓸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다온 작가의 감성적인 에세이 <너를 사랑할 시간>은 이별 이후의 이야기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좋아하는 마음, 애틋함, 그런 따뜻하지만 조금 쓸쓸한 감정들로 가득 차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이별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위로들을 많이 하곤 하는데, 적어도 저자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쉽게 무뎌질 감정을 안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세상에는 그렇게 쉽게 나아지지 않는 일들도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의 끝에 와서는 자신은 잘 지낸다고, 상대방에게 행복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걸 알고 마음이 놓였다.
이 책은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 같다. 이별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이별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 꼭 이별 때문이 아니더라도 갑자기 눈물이 나고 내일이 막막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쉽게 잘 지내? 혹은 잘 지내. 하고 말하지만 잘 지낸다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어쩌면 우리는 은연중에 잘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잘 지내지는 못하더라도 나쁘지만은 않은 날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괜찮을 것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날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와 닿았다. 잘 지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냥 그럭저럭한 날들이나마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럭저럭한 날들 중에서는 꽤 괜찮은 날도 하루쯤 있을 테니까.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 혼자가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너를 사랑할 시간>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