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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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은 커피에 관한 에세이다. 동시에 사람에 관한 에세이다. 처음에는 이 책의 제목이 왜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인지 궁금했다. 한 번에 와 닿지는 않는, 약간 생소하게 느껴지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커피를 내리는 일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일에서도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인 에그 2호는 커피 마니아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도시들을 오가며 훌륭한 커피들을 찾아다닌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마와 샌프란시스코에 훌륭한 커피를 다루는 카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여튼 그래서 이 책은 여행기이기도 하다. 낯선 곳에서 우연에 이끌려 멋진 카페를 만났을 때의 기쁨,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며 창밖을 내다볼 때의 여유로움, 유명한 카페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때의 설렘과 같은 감정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감성적인 사진들도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커피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커피를 아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요즘에는 모든 것들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한때는 특별하다고 믿었던 유행들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평범해지곤 한다. 소위 '핫'하다는 번화한 거리에서는, 저번 달에 갔다가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가게가 이번 달에 가자 사라져 있는 일도 빈번하다. 물론 빠르게 변하는 것들, 짧게 반짝거리는 것들도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여전한 존재들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전히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굳건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진지한 자세로 커피를 내리는 카페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저자는 그런 마음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데, 언젠가 이 책을 읽고 찾아왔다고 말해 줄 손님을 기다린다고 한다. 부디 저자의 커피에 대한 진지하고 굳건한 애정이 오래오래 보답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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