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 아트?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신혜빈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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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예술인가? 사실 먹고 사는 데 예술은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먹고 살기만 할 거라면 말이다. 예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는 아마 사람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예술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든가, 인생에 지쳤을 때 예술이 안식처가 되어 준다든가. 어딘가에는 예술의 존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예술이 왜 존재하는가? 하여튼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이다. 그런 어려운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내놓은 이들은 아마 적지 않은 시간 고민해 본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 각각에게 각자의 답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와이 아트?>는 그 질문에 대한, 작가 엘리너 데이비스의 답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먼저 이런저런 예술의 특징에 대해 그린다. 예술이라는 개념은 아주 넓은 범위의 창작 활동과 작품을 포함한다. 작중에서도 총 아홉 명의 예술가가 등장하는데, 그들은 각자 다른 창작 활동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바로 돌로레스다. 돌로레스의 작품은 형태가 있는 작품이 아니라 퍼포먼스의 형태를 띤다. 돌로레스는 자신을 찾아오는 관람객 한 명 한 명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관람객의 반응까지 돌로레스의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한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어떤 사람은 사랑한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는지 눈물을 흘린다. 돌로레스의 작품은 꽤 많은 인기를 얻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돌로레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관람객들 중 일부가 돌로레스를 정말로 사랑하게 되거나, 혹은 자신이 돌로레스를 사랑한다고 착각해서 벌이는 행동들 때문에 돌로레스는 그 작품 활동을 그만둔다. 아쉽긴 하지만 돌로레스의 작품을 접함으로써 위로받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때로 어떤 작품들은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비록 작품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더라도, 어떤 작품들을 볼 때면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 된다.

 아홉 명의 예술가들이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어디선가 불어온 비바람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다. 전시는 물론이고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다. 책 소개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마치 종말의 날과 비슷한 상황이다. 물이 넘치고, 사람이 떠내려가고, 집이 뒤집힌다. 그 속에서 예술가들은 너무나도 무력하다. 거대한 비바람은 인간의 힘으로 맞설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거기에 맞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작가 엘리너 데이비스가 내놓은 답은 바로 예술이다. 등장 인물들이 그 비바람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래서 그들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여튼 작가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한 어둠 속에서 예술이야말로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인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예술이 정말 빛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예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은 예술의 힘을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언젠가 예술의 힘을 직접 깨달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예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 <와이 아트?>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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