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
하상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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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의 주인공 기석은 솔직히 말해서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학생 때부터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그저 공부만 했다. 그래서 덕분에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나쁜 상사에게 수시로 시달린다. 일찍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한다. 특이 사항으로는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는데,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 점이 특히 매력이 없다. 말도 거의 나눠 본 적 없는 입사 동기와 사귀는 상상을 하거나, 연애하는 법에 대해 다룬 유튜브 영상을 6개월 동안 매일 보며 따라했다는 부분에서는 그런 매력 없음이 절정에 달한다. 그렇다고 해서 기석이 특별히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하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30대의 남자 직장인인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암 말기임을 알게 된다.

기석은 평범한 인물이다. 삶의 마지막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 역시 평범하다. 울고 절망하고 어쩔 줄 몰라하다가, 이내 자신이 얼마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천천히 직시한다. 그는 언젠가, 혹은 다음에, 하고 생각하며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아주 멋지거나 특별한 일들은 아니다. 부모님을 찾아가고, 우연히 만난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했던 사람을 찾아가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낸다. 아마 내가 어느 날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와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다. 그는 죽음을 앞둔 평범한 사람들이 할 법한 일들을 한다. 그에게 기적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의 모습이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에게서 그다지 멀지 않기 때문에 그가 마지막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나도 평소에 버킷리스트 만드는 걸 즐기는 편인데, 목록 중에서 결국 이루는 일들은 손에 꼽는다. 만약 내가 오늘부터 두 달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면 나는 예전에 만들어 놓은 버킷리스트를 다 이룰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으리라. 내 버킷리스트에는 외국어 원서로 된 책 한 권 읽기, 같은 항목들이 있다. 삶이 두 달 남은 시점에서 내가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외국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을 수준에까지 다다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에, 나중에, 언젠가, 이런 말들로 미루다 보면 언제까지나 외국어로 된 책을 읽을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외국어로 된 책을 읽고 싶다면 지금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다음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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