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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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신경의학과 교수인 닐스 우덴베리가 
2012년에 쓴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이 책은 
실제 저자에게 생긴 일을 바탕으로 쓴 에세이다. 

열일곱 살 무렵 반려동물은 앞으로 절대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 결심을 육십 년 동안 지켜온 닐스 우덴베리 교수에게 
정원 창고에 숨어든 길고양이가 찾아오게 된다. 

정신과 의사였던 저자는  
"따지고 보면 고양이의 심리를 얼마나 분석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떻게 분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하며 
어떻게 함께 살게 됐는지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풀어나간다. 




p. 11~19 
작은 고양이는 이튿날부터 꾸준히 나타났는데 
가만 보니 우리 정원 창고에 자리를 잡은 듯싶었다.
..
그러는 동안 나는 고양이가 우리에게 기대를 걸지 않고 
원래 집으로 돌아가거나 돌봐줄 다른 누군가를 찾아가길 바랐다.
..
고양이가 아직도 있었다! 
우리 곁에 머무르기로 작정한 듯한 고양이를 두고 
다소 어찌할 바를 몰랐다.
..
그런데 내가 절대로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가?
..
날이 갈수록 우리는 그 작은 녀석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조금 놀랍게도 "고양이 어디 갔어?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문구가 됐다. 
언제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고양이 주인이 됐다. 


심리학자답게 
한 마리의 고양이가 노인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담백하면서도 유머 있게 그려놓았다. 
마치 옆집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으로 
술술 넘어가서 
이 책을 받고 당황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나도 함께 고양이를 탐구하는 느낌으로 읽고 있었다;;

p. 25
나비는 애정과 관심을 일깨우고 
우리에게 기대면서도 꽤나 믿음을 준다. 
고양이에게 느끼는 내 감정 때문에 나도 놀란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고양이 덕에 내 삶은 무척이나 달라졌다.
전에는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p. 43
내가 여기에서 뭘 하는 거지?
다른 반려동물 주인들처럼 나 역시도 곧 반려동물 주인이 된다는 생각이 서서히 찾아왔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게다가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일인가?

저자의 마음속 한편의 요동치는 감정들 
꼭 첫사랑에 빠진 십 대 소년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신세다. 
한 사람의 인생에 들어와 
행복함과 설렘이 가득한 일상이 된 이야기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해나가는 
저자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 꾹꾹이랑 그르렁그르렁하는 골골송도 들어보고 싶고 


나비가 얼굴 가까이 다가와 뺨을 핥고 
골골송을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고양이는 시간을 인식할까?
고양이는 사회성 비슷한 게 있지 않을까? 
나비가 우리 고양이가 되기 전에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할 때가 자주 있다. '

저자는 호기심 천국인 것 같다. 
 나비의 과거를 추측해보면서 재미를 찾는 과정들이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 매력을 하나하나 살펴보게끔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고양이 심리를 얼마나 분석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떻게 분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이야기하는

이 할아버지 저자 만나보고싶냐옹 


194 페이지 정도로 
책은 얇은 편이다. 
그중에 참 좋았던 11장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도 가득하지만 
본질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고 질적 차이도 잘 느끼는 
고양이의 행복 철학을 통해 
배울만한 것들을 담아놓게 된다. 

시끄럽지만 안 중요한 것들을 개의치 않고 
나지막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잽싸게 담아두는 능력 
..
고양이는 그런 유보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히 지금을 산다. 


고양이와 저자 
 서로서로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일상들이 
따뜻하고도 잔잔하게 전해지는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많은 애묘인 집사들에게 
지침서가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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